조선 최고의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라는 제목처럼 선비의 춘정(春情)을 공감각적으로 사생한 작품이다. 버드나무와 꾀꼬리 한 쌍,말 위의 선비 모습을 간결하게 처리해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화면의 대부분을 하늘로 비워 둔 대담한 구도가 대가의 솜씨답다.

단원을 비롯해 탄은 이정,겸재 정선,혜원 신윤복,현재 심사성,공제 윤두서,조영석,최북,김득신 등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시대 풍속인물화 대가 54명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은 가을 기획전 '풍속인물대전'에 조선시대 문화재 중 엄선한 서화 100여점을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2주 동안 전시한다.

이번에 나올 작품에는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신윤복을 비롯해 정선,김홍도 등의 풍속인물화가 눈길을 끈다.

조선전기 중국풍의 풍속인물화뿐만 아니라 조선후기의 진경시대 풍속화까지 고유색 짙은 그림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조선 풍속화의 백미로 꼽히는 '혜원전신첩'과 '미인도'.'혜원전신첩'은 국보 제135호로 당시 한양의 풍류를 읽을 수 있는 풍속화 30점을 모은 화첩이다. 이 가운데 '단오풍정' '주유청강' '월야밀회' '월하정인' '춘색만원' 등 15점을 보여준다. 단오날 여인네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두 동자승(단오풍정),뱃놀이를 즐기는 한량과 기녀(주유청강),달밤에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월야밀회) 등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2008년 간송미술관 70주년 기념전에 나온 뒤 3년 만에 공개되는 '미인도'도 주목된다. 중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린 이 작품은 조선 미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 걸작.풍류계 여인의 자태를 요염하게 그렸으며 치마 밑으로 살짝 드러난 버선발과 옷고름 옆으로 흘러내린 두 가닥의 허리끈이 압권이다.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인 정선의 명작 '어초문답(漁樵問答)'도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북송시대 도학자 소강절(邵康節)이 지은 책 제목을 차용한 작품이다. 어부와 초부의 옷을 청과 홍으로 대비시킨 후 흰색을 덧칠한 겸재 특유의 몰골훈염법(沒滑暈染法 · 윤곽없는 우람한 구도)이 색다른 감흥을 준다.

달빛 아래 생황을 부는 모습을 잡아낸 김홍도의 '월하취생',봄 산에서 소를 몰고 돌아가는 두 소년을 그린 김득신의 '춘산귀우',간필법으로 인물을 묘사한 탄은 이정의 '고사망월' 등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없다.

(02)762-04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