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야권 단일 후보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출현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실험이다. 168석의 거대 여당 후보와 시민단체 출신 무소속 후보가 시장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안철수 바람'을 업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를 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는 소통의 리더십과 갈등조정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는 활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원과 조직 등에서 엄청난 손해지만 시민들의 정치변화 소망까지 훼손해가면서 (민주당 입당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주택·교통·복지 난제, 위키노믹스로 풀겠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나.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이다. 과거 정치형태로부터의 극복,과잉정치화된 서울시정의'기본으로의 복귀'를 담고 있다. 시민들의 갈망을 잘 받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가 가장 큰 화두이자 결의다. "

▼네거티브 선거를 안한다고 했는데.

"시민들의 소망이 그렇다. 신물날 것이다. 한나라당이 가하고 있는 독설을 보면 시민들이 그걸 어떻게 평가할까. 시민들의 품격에서 보면 부끄러울 정도다. "

▼범야권의 무소속 시민후보는 유례가 없다. 무소속이 유리하다고 봤나.

"실리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손해다. 선거운동원 숫자에 있어서도 정당후보는 당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데 저는 500명 이내로 제한돼 있다. 광고도 그렇다. 물론 시장 되는 게 1차 목표지만 제가 살아온 원칙이나 시민들의 정치 변화,소망이랄까 이런 것들을 훼손하면서까지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박원순 펀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지난 경선에서의 유모차 부대가 새로운 선거변화를 상징한 것이다. "

▼서울시 행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많은 문제를 나열하기보단 문제를 푸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큰 리더십은 소통의 리더십이다. 뉴타운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대기업 유통점과 재래시장과의 관계 등 수많은 문제들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소통해서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갈등조정자가 시장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본다.

▼구체적 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21세기는 위키노믹스(wikinomics · 대중과 집단이 주체로 참여하는 경제구조)시대다. 훌륭한 시장은 혼자 해내는 게 아니다. 주택난,교통문제,청소년,여성문제,복지, 도시경쟁력 문제를 이런 과정과 채널로 풀어내면 답이 있다고 본다.

▼뉴타운 정책과 시프트 등 전임시장 사업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적어도 대규모적 개발방식,대량 원주민 축출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파괴다. 주민들도 바라지 않는다. 이미 사업이 상당히 진척된 곳은 진행할 수밖에 없다. 나머진 주민들의 의견을 정밀하게 전수조사해야 한다. 대부분은 시작도 안 한 단계라 해결될 수 있다. 시프트는 대규모 개발로 한계에 봉착했다. 수요가 많아서 대량공급이 필요하지만 은평뉴타운처럼 대규모 개발은 문제 있다. 대형 평형 위주인 것도 문제다. 소형 공급을 많이 해야 한다. 창의성을 모으면 해결방법은 있다. 일례로 리빙텔이 있다. 동사무소를 보면 대부분 2층짜리인데 이를 10층짜리로 지으면 싱글,대학생들에게 스튜디오타입의 원룸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작은 게 아름답다'는 발상이 필요하다. "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도 지적하고 서울시 스스로도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새빛둥둥섬은 거의 완공됐는데 분쟁 때문에 완공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강예술섬,서해연결 한강주운사업,지천운하사업을 중단하며 정책조정기구인 가칭 '한강복원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겠다. "

▼서울 시정에 주민 간 갈등 사업이 많다.

"1992년 하버드대 객원교수로 있었는데 갈등해결이란 걸 접했다. 그래서 돌아와 참여연대에서 갈등해결이란 강의를 만들었다. 시장이 되면 갈등조정관 제도를 신설해 예산을 편성하겠다. 사전에 참여예산제로 주민,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갈등을 피해갈 수 있게 예산을 편성하고 시책을 마련해볼 생각이다. "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인가.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 없다. 이미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양보만 해도 얼마나 큰 신뢰를 준 것인데 염치없이 유세해달라고 하겠나. 경선에서 20,30대 바람이 결국 안 교수로부터 시작됐고 경선승리의 힘이 됐다. 시민을 믿고 그들의 수준을 믿는다. "

▼박근혜 전 대표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지원에 나섰는데.

"선거를 잘한다는 건 시민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는 의미다. 벼랑 끝 시민들의 마음을 읽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제가 박 전 대표보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도 시대적 흐름을 잘 읽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

▼아름다운 재단 기부금 등 여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검증을 받는 건 좋다. 그런데 대기업이 기부한 것은 아름답게 쓰여질 것이라는 확신과 신뢰 때문이었다. 처음엔 개인의 1% 기부방식으로 5만명을 돌파했는데 이 스토리를 보고 기업들이 기부한 것이다. 장부 정리된 순간 인터넷에 올리는 가장 투명한 운영으로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허투루 썼다면 책임을 지겠다.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한나라당만 손해볼 것이다. "

▼중산층 공약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엔 중산층도 많지만 우선 서민들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들을 먼저 일으켜 세우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과 부자를 협박하고 위축시켜서 되는 문제는 아니다. 윈-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대기업 횡포가 크지만 동시에 합리적이고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

▼복지 예산 확대는 재전건전성과 상충된다. 게다가 서울시 부채가 25조원이다.

"서울시에 1조원짜리 토건사업이 많은데 잘 정리해내면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재정은 얼마든지 창조적으로 쓸 수 있다. 전시성 토건사업 재검토 등을 통해 25조원인 현 부채를 7조원 감축하겠다. '집걱정 없는 서울'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고 교육 분야에는 2014년까지 초 · 중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할 것이다. "

▼서울시장 선거 이후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은.

"현 정부 이후 정치가 정말 중요하구나,정치가 바로서지 않고는 시민사회도 바로 서지 않겠구나 하는 것을 체감했다. 참여연대 사람들에게 저를 돕기 위해서는 사표 쓰고 오라고 했다. "


김형호/허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