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65주년인 9일은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의 창립 21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이날 이 회사는 겹경사를 맞았다. 세계적인 전자기업 지멘스 본사에 한컴이 만든 클라우드 오피스 솔루션인 '씽크프리 서버 인테그레이터(Thinkfree Server Integrator)'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솔루션은 회사 직원들이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서 클라우드 환경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회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솔루션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글로벌 업체에 오피스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홍구 한컴 대표(사진)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정보기술(IT)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한글과컴퓨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20년간 문서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온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이제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급속한 확산이 기회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운영체제(OS)의 다각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PC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드는 윈도 OS가 주류였기 때문에 오피스 프로그램이 자연히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모바일 OS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지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윈도폰7'이란 스마트폰 OS를 내놓으며 시장 확장 단계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사의 OS를 지원하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컴은 모든 종류의 모바일 OS를 지원하는 오피스 솔루션을 만들어 착실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 수준인 모바일 · 클라우드 오피스 솔루션의 매출 비중을 2015년에는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주력 사업인 오피스와 새로운 성장 동력인 모바일 오피스 '씽크프리' 외에 전자책 사업 비중도 늘리기로 했다.

올해 초 동화책인 '구름빵'을 태블릿PC와 스마트폰용 앱북(App Book · 그림과 동영상 위주의 전자책)으로 내놨고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 앱북도 만들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앱북을 직접 제작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앱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한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9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566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았고 2015년에는 연간 1000억원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발자도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다. '쓸만한 개발자'를 찾기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인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연구 · 개발(R&D) 센터의 개발자 T/O(정원)를 없애버렸다"며 "연구소장에게 개발자 채용만큼은 선조치 후보고를 지시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해 "정부와 기업,대학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그보다도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롤 모델이 등장해 소프트웨어가 매력적인 분야라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클라우드 오피스 솔루션

한글,한셀(한컴의 엑셀 프로그램)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PC가 아닌 회사 서버에 저장해 놓고 언제,어디서,어떤 기기든 웹 브라우저에 접속만 되면 쓸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