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아까워…" 부동산 직거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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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다세대 전월세 위주 급증
사기·범죄 악용사례도 늘어 조심을
사기·범죄 악용사례도 늘어 조심을
직장생활 1년 차인 박모씨는 최근 서울 마포에 있는 원룸주택을 자신이 직접 찾아 월세로 계약했다. 유명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 가입, 회사 근처에 있는 적당한 매물을 찾은 뒤 집주인과 계약서를 썼다. 박씨는 "중개수수료가 아까워 직거래를 선택했다"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 사이에 직거래로 전 · 월셋집을 구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직거래 인기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매도 · 매수자가 직접 계약하는 부동산 직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2년 전 50개 안팎이던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나 카페는 최근 120개 이상으로 늘었다. 회원 수가 110만명을 웃도는 카페도 등장했다. 회원 수가 수십만명인 카페도 5개에 이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규모는 월 10만건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직거래 사이트를 통한 거래는 매매보다는 전 · 월세가 위주다. 원룸이나 방 1~2개짜리 다세대 · 다가구의 전 · 월세 거래가 많다. 한 직거래 사이트 관계자는"아파트 매매나 전세는 거래 규모가 수억원대로 고액이어서 공인중개사 도움 없이 거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상대적으로 거래금액이 적은 세입자들이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직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직거래가 활기를 띠자 변호사도 뛰어들었다. 부동산 전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는 최근 변호사 업계에선 처음으로 부동산 직거래 도우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변호사 사무실이 근저당 등 권리관계 분석이나 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도와주는 것이다. 구조가 단순한 주택임대차 거래에 대해선 거래금액에 관계없이 10만원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 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물건 상태 확인은 당사자가 하고,권리관계 분석과 확인은 변호사가 하는 구조"라며 "부동산 직거래 취약점인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 · 하자 은닉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소득은 줄고 있지만 전 · 월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진 점이 직거래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3억원을 밑도는 주택 임대차 계약 중개수수료율은 거래금액에 따라 0.3~0.5%다. 오피스텔 중개수수료율은 0.9% 이내로 높은 편이다.
직거래를 통하면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는 있지만 각종 위험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상하수도 누수,각종 설비 고장,층간 소음 등 임차주택의 상태에 대해선 본인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보증금을 떼일 염려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남기송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선순위로 근저당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거나 선순위 가압류 · 가처분이 걸려 있는 주택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권리분석에 자신이 없거나 주변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전세금을 떼이지 않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직거래가 부동산 사기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주민등록증을 위조, 남의 집을 내집인 것처럼 팔거나 전세를 놓고 잠적하는 사건이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 집을 구하러 오는 것처럼 위장해 강도 행각을 벌이거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거래금액이 적다면 중개수수료가 10만~30만원에 불과하다"며 "시간비용과 거래위험을 따지면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편이 나은 경우도 많다"고 조언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