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제약회사 ‘리베이트’로 조성한 운영비를 두고 의사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인 사건이 결국 경찰 고소·고발전으로 번졌다.9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경희의료원에 따르면 순환기내과 김모 교수는 “같은 병원 순환기내과 K과장에게 맞았다”며 지난 7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교수는 지난달 23일 순환기내과 회식에서 K과장과 말다툼을 벌였다.K과장이 “오전 세미나 출석 좀 잘 하라”며 면박을 준 게 발단이었다.감정의 앙금이 쌓인 두 사람은 결국 같은 달 27일 의료원 병동에서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벌였다.

의료원 관계자는 “두 사람이 주먹질을 한 건 사실이지만 K과장은 외상이 없었고 김 교수도 얼굴에 멍이 든 정도”라며 “즉각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두 사람이 리베이트로 마련한 순환기내과 운영비를 두고 다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병동에서 돈 얘기하면서 싸웠겠느냐”며 정면 부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료원 관계자는 “의사들이 제약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운영비로 써 온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며 “이번 일도 쉬쉬하다가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의료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심장혈관센터를 새로 만들었는데 그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귀띔했다.경희의료원은 최근 심장혈관센터를 열고 순환기내과 출신인 김모 센터장을 선임했다.김 센터장이 리베이트로 조성한 운영비 중 일부만 순환기내과 교수들에게 건네자 이에 불만을 품은 K과장이 김 센터장의 측근인 김 교수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란 소문도 의료원 안팎에 떠돈다.

리베이트란 특정 약품을 구입한 대가로 제약회사가 병원·의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현행 의료법상 리베이트는 불법이다.정부는 지난해 11월 의사나 병원에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는 내용의 쌍벌제를 도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