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하락에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해운사의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있다. 해운시황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해운사의 연쇄적인 등급 하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한진해운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A2+에서 한 단계 낮은 A2로 떨어뜨렸다. 한진해운의 단기 원리금 상환능력 등 신용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운임 하락과 대형선박 투입 등으로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조정 배경을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2억달러에 이르는 잔여투자 부담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과중한 재무 레버리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순차입금(상반기 말 기준)이 6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2013년까지 21척의 선박을 인도받아야 해 추가적인 차입금 확대도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신평사들이 해운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등급 조정으로 나타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다른 해운사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등급 하락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평사 관계자도 "산업 리스크가 부각된 상태라 한진해운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4대 해운사(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SK해운)의 세금 · 이자 · 감가상각 차감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3분기 연속 하락,0%에 근접했다. 잇따른 선박 도입으로 4대 해운사의 순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30억달러 증가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