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민선 1기를 시작으로 역대 서울시장 선거 때마다 개발 프로젝트는 핵심 공약이었다. 대규모 재개발 · 재건축 사업,한강 개발 프로젝트,강남 · 북 균형 개발 등은 여야 후보 가릴 것 없는 단골 공약 메뉴였다. 그렇지만 이번 10 · 26 선거는 판이하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 모두 개발 공약보다는 복지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발 사업은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과거 개발 공약은

이명박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뉴타운 건설,청계천 복원 사업 등을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시장 재임시절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을 내놨다. 그렇지만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설계비만 수백억원이 소요되면서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고,결국 좌초됐다.

2006년 선거 때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강북도심 부활'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세운상가 · 동대문운동장 재개발을 약속했다. 또 경전철 · 모노레일을 비롯한 신교통수단 도입,공원 100만평 조성,뉴타운 광역화 등을 공약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는 △삼각지 · 서울역 인근 국제업무지역 168만평 건립 △용산 · 여의도 · 영등포 · 상암 · 왕십리를 잇는 동서 성장축 조성 등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오세훈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10만가구 건립 △한강 플로팅 아일랜드 건설 △경인고속도로 · 고속철(KTX) 서울구간 지하화 등을 약속했다.

◆개발 공약 왜 피하나

나 후보와 박 후보 측은 대형 개발 사업 공약을 하지 않는 이유로 늘어난 서울시 부채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부채총액이 지난 3년 동안 9조원 넘게 증가했는데 토목,개발 사업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때문에 대규모 사업 추진은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9일 말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토목,건설 이미지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 측은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주요 개발 사업들에 대한 원점 재검토 입장을 보였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서해뱃길 사업과 수상호텔 건설 등은 서울시 재정 형편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 측은 다만 3년간 공공임대주택 5만가구를 짓는 등 서민용 주택 건설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박 후보도 대규모 재개발 · 재건축 대신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등 서민형 주택 정책과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추진,중학교 무상급식 확대 등을 내놨다.

홍영식/김정은/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