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당주인들 항변에 일리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3만명이 참여한 솥단지 시위가 벌어진 지 7년 만에 식당 주인들이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다. 오는 18일 한국음식업중앙회 주도로 식당 주인 10만여명이 서울 잠실운동장에 모여 범외식인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음식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매출의 2.65%에서 1.5%로 인하하고,중국동포 등 외국인 근로자의 음식점 고용제한을 완화하라는 등의 요구를 내걸고 있다. 결의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버스 1700여대가 동원되고,서울의 경우 음식점 두 곳 중 한 곳이 이날 점심을 쉰다.

음식점주들이 '식당 파업'까지 결행하게 된 것은 그만큼 절박하고 먹고살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전국 음식점은 51만5000개를 헤아리고,종사자는 30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여덟 명 중 한 명꼴이다. 음식점은 외환위기 이후 퇴직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생계형 자영업의 대명사가 됐지만,3년 이상 버티는 곳은 세 곳 가운데 한 곳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업 생산지수는 2005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작년 106.1로,연평균 성장률이 1%에 불과하다. 부동산 및 임대업(106.2)보다도 부진한 실정이다.

우리는 식당 주인들의 요구가 충분히 이유있는 항변이라고 본다. 음식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골프장(1.5~1.7%)보다 훨씬 높은 것은 분명 문제다. 또 여신금융업법이 카드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항의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마땅하다. 음식점은 카드사와 개별계약만 가능해 협상력이 없고,한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으면 모든 카드를 자동 취급해야 하니 거래상대를 선택할 권리도 없다. 여기에 중국동포 비자 시한 5년이 올 연말부터 만료되기 시작해 4년간 30만명이 떠나게 되면 음식점의 구인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음식점들의 실상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이자 우리 경제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다 가족까지 매달려야 하는 영세 음식점이 전체의 70%다. 수시로 터지는 가축 · 어패류 전염병으로 2차 피해를 보면서도 농어민과 달리 음식점에는 그 어떤 정책적 배려도 없다. 반면 카드사들은 연간 수조원대 이익을 낸다. 금융사들로서는 카드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민간소비 중 카드이용액 비중은 솥단지 시위가 있던 2004년 38.4%에서 작년엔 57.0%로 크게 높아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만큼 수수료는 내려가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식당주인들의 항변에 일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음식점주들의 요구사항이 아무리 정당해도 식당 문을 닫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 오죽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냐마는 손님에게 맛있고 위생적인 음식을 저렴하게 서비스하려는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의 응원을 업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오사카 상인들의 격언에 '노렝(영업 중임을 알리는 깃발)은 결코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