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11일 삼성증권이 투자은행 기준을 위한 최소한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9만1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내려잡았다. 높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을 감안해 매수 투자의견은 유지했다.

정길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 후 자기자본은 3.2조원에 이르게 된다"며 "여전히 리스크 회피적인 자본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잉여자본도 많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투자은행 기준 3조원)만 충족시키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정 애널리스트는 "증자 후 주당순자산(BPS(Actual))은 4만2524원으로 기존 4만2642원과 큰 변화는 없다"며 15% 할인된 발행가가 BPS를 크게 하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7% 수준에서 8.8%으로 1%p 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써 빅3 증권사의 증자 이슈가 일단락됐다. 그는 "삼성증권 또한 유상증자는 규모가 문제였지, 예견됐으므로 재무적 영향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판단된다"며 "연초부터 진행된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일련의 정책 중 대형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3조원으로 제시하고 이미 타사의 선행적인 증자로 주가도 동반 하락한 바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증자는 과점적인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프리미엄의 대가라고 정 애널리스트는 해석했다. 그는 "증권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경쟁 구조인데 자본규모를 기준으로 신규 업무영역이 구분되면서 증권사간의 상하위 그룹이 명확하게 나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상위사의 시장 개척 후, 후발 증권사의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던 현상이 반복되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국 고착화되는 저금리 환경과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산업 육성을 지향하는 정책기조에서 대형사는 비대칭적인 우위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현재 삼성증권의 주가는 PBR 1.13배(12개월 선행 BPS 기준)으로, 02~05년 이래로 PBR 1.0배 수준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02~05년 국면에서는 부실 청산(CBO 관련 손실 처리+무형자산 상각)이 이어지면서 부진한 실적과 자산건전성 우려가 부각된 바 있다.

그는 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다고 했다. 금융위기 당시 PBR 1.4배가 저점이었다. 당시 보다 강화된 영업체력, 다변화된 수익 구조, 변함없는 자산건전성 등을 종합하면 현재 밸류에이션 매력은 사상 최대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