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자 박원순 변호사는 10일 관훈 토론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이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장병들이 수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정부 발표를 못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정부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참으로 비열하다. 정부 발표에 어떻게든 의문을 제기하고 흠집을 내고 싶지만 아예 못믿겠다고 할 경우 있을지 모를 역풍과 그것이 득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교묘한 양다리 걸치기식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괴한 레토릭을 구사하는 사람은 또 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 매수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교육감은 "선의로 2억원을 전달했고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부조리를 선의로 포장하는 말에 구역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가라는 질문에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만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지적 무능력자요 법적 지성의 실종이다. 고전 철학은 직접 경험이야말로 오히려 자신의 인식을 속인다고 가르치지만 이런 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하는 것이 한국의 좌익이다.

최고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무책임한 말장난을 막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이고 내 책임은 없다는 식이다. 절대적 지식은 물론 상대적 지식조차 이들에게는 그것을 인식할 능력이 없다. 지식의 무정부주의요 윤리 도덕의 백치들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위선과 말장난으로 얼룩진 이런 후안무치의 전형을 불행하게도 우리는 요즘 적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누가 이들의 세 치 혀를 이렇게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