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향토 기업] 김택권 S&T 대우사장, 노사 손잡고 생산성 끌어올려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S&T대우가 매출 1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고 매출을 2배 정도 끌어올렸다. 이 회사 김택권 사장은 "노사가 그동안의 노사갈등 분위기를 탈피해 신뢰 속에서 고통을 함께 감수하고,생산성 향상으로 불황을 이겨낸 덕택"이라고 강조했다.

13일 S&T대우의 쇼크업쇼버 메인 조립공장.이곳에 들어서니 50여명의 직원들이 자동차 몸체와 바퀴에 연결돼 주행 중 차량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쇼크업쇼버 제품을 빠른 손놀림으로 만들고 있었다. 쇼바 외형을 만드는 '아웃튜버'과정에서 실린더,피스톤,로드가이드를 연결시켜 오일이 새지 않고 고정시키는 작업을 한 뒤 이 제품들을 어셈블리 형태로 감싸는 장치인 베이스 밸브작업이 물흐르듯 제작됐다. 이 과정을 마치니 장비테스트를 거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조광제 생산팀 과장은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185명이 11시간씩 2교대해 하루 1만7000개 만들었는데 현재 80명이 3만2000개를 만들고 있다"며 "노사 신뢰로 의욕이 넘치면서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생산성 향상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2006년 S&T중공업 컨소시엄이 당시 대우정밀을 인수한 뒤 2007년 5920억원(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노조 측은 사상 최대의 성적표를 올렸다며 두둑하게 보너스를 줄 것으로 잔뜩 기대했으나 회사 측은 희망퇴직을 들고 나왔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부터 경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그나마 벌어놓은 돈이 있을 때 위로금이라도 주고 회사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였다. 노조의 반발은 거셌고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

일감이 30% 이상 뚝 떨어졌고 그해 연말에는 공장이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 연초 예상했던 매출 6500억원은 5511억원으로 떨어졌다. 회사는 임원 30%,부장 15%,사원 10%의 임금을 삭감했다. 550여명의 희망퇴직도 요청했다.

노조는 "이대로 가다간 다 죽겠다는 판단이 서자 전 직원이 2개월의 무급휴직과 상여금 100%를 반납하고 같이 살자"고 회사 측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희망퇴직 철회로 화답했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노사가 허리띠를 졸라맨 덕택에 2009년 매출은 4404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2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고,임직원이 함께 희생한 덕택에 적자 대신 흑자를 낸 것이다. 회사가 안정을 되찾자 2010년 매출은 6486억원(영업이익 466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매출 1조원(영업이익 71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7월 말 회사설립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분규없이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조성민 S&T노조 사무장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커지면서 파업과 직장폐쇄 대신 노사상생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김택권 사장은 "노사가 믿고 일하는 직장이 됐다"며 "중동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2016년에는 매출을 2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