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신동규 회장 어디있나
12일 오전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외국인 30여명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을 찾았다. 이들은 세계 주요국 은행협회장을 포함한 금융계 인사들.하지만 맨 앞에서 이들을 안내해야 할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경제단체 및 재계 인사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1 국제은행연맹(IBFed) 이사회' 개최국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국제은행연맹은 글로벌 금융 현안 및 규제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2004년 설립된 국제단체로,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등 주요 10개국(지역)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은행협회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1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므로,사실상 전 세계 주류 금융권을 대변하는 기구다.

더구나 서울 이사회는 전국은행연합회가 국제은행연맹에 가입한 뒤 처음 주최한 행사다. 신 회장은 2008년 말 취임 직후 국내 은행의 글로벌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가입을 적극 추진했고,1년여 만인 작년 1월 승인을 받았다. 1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이사회의 한국 개최를 자청한 것도 신 회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손님을 불러놓고 정작 주최 측은 어디 갔나"는 지적이 나온다.

각국 은행협회장은 이번 이사회에서 유럽발(發)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권 대응책을 협의하고 공조 방안을 모색했다. 2013년 발효 예정인 바젤Ⅲ 규정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유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을 차례로 방문해 금융감독 당국과도 의견을 교환했다.

전국은행연합회도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연합회는 "국제은행연맹은 바젤위원회와 각국 금융당국,중앙은행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서울 이사회 개최가 한국 은행들의 발언권을 강화시켜줄 것"이란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연합회 측은 신 회장의 부재에 대해 "각국 은행협회장이 격식을 따지는 분들이 아니고,이사회 직전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출국 3~4일 전에야 신 회장의 동행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세계 은행협회장단과의 약속을 깨고 황급히 떠날 만큼 이번 출장이 중요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