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짝퉁 월가 시위 할건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월가 사태의 원인은 정책실패
청년실업 해법부터 모색해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청년실업 해법부터 모색해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역시 고용이다. 월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의 시위대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온 배경 말이다. 등 따습고 배 부른데 굳이 월가의 탐욕을 타깃 삼을 이유는 없다. 그저 내 배가 고프고,내 등이 차갑다는 현실에 분을 이기지 못한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든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청년실업률 18.1%의 비극이다.
문제는 그 근인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은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미국 경제를 밝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고민 끝에 4470억달러 규모의 고용창출법안을 내놨다. 한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세율을 높이고 감세 혜택은 줄이는 구조가 성장에 도움이 될 리 없어서다. 더욱이 먼저 쓰고,나중에 세금을 걷자는 건 누구나 다 아는 포퓰리즘적 꼼수니 말이다.
미국의 고용정책은 이미 포퓰리즘에 멍이 들대로 들었다. 실업수당부터 그렇다. 의회는 고용시장 안정이란 명목을 내세워 실업수당 지급기간을 26주에서 99주로 늘리는 한시법을 만들었다. 2008년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으니 여야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로 나왔다. 연간 1500억달러가 투입된 정책이 실업자들을 게을리 만들어 실업률을 1%포인트 높여놓고 말았다. 시카고연방은행의 분석이다. 게다가 그 한시법은 아직도 연장되고 있다.
또 하나가 2009년 최저임금 인상이다. 인상률이 11%나 됐지만 12년 만의 인상이어서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자들이 해고에 나선 시점이었으니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희생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최저임금 인상에 환호하던 청년층과 소수인종,여성들이었다. 기가 찰 일이다. 굳이 성장과 경기만 탓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9%대 실업률,18%대 청년실업률은 이렇게 고착화됐다.
미국은 학자금 대출로 움직이는 교육대국이다. 대학생 3분의 2가 평균 2만4000달러의 빚을 안고 학교를 마친다. 이들이 빌린 돈이 이미 9000억달러를 넘었고,연말이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돈으로 물경 1200조원,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금융 위기와 정부의 헛발질에 모든 실업자들이 녹아났지만 그 가운데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이 바로 이들,대졸 미취업자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직장을 잡아 빚을 갚아야 하는데 좋은 직장은커녕 취직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눈높이를 낮춰 시급제 웨이터나 캐시어로 취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지경에 밀려드는 것이 바로 빚독촉이다. 금융위기를 일으켜 일자리를 없앤 금융회사들이 빚을 내가며 주경야독한 자신들에게 빚독촉을 해대니,"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왜 안 나오겠나.
월가 시위에 여의도가 오버랩되는 건 괜한 걱정이 아니다. 학자금 빚더미에 청년실업,포퓰리즘 고용정책까지 하나도 다를 게 없어서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아르바이트 전선을 헤매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은 포퓰리즘적 고용 정책을 쏟아내느라 분주하다. 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높이겠다고 나섰고,한나라당은 사내하청근로자의 성과 공유를 부르짖고 있다. 고용을 되레 감소시킬 요소인데도 말이다.
더 가관인 것은 울고 싶은 젊은이들을 여의도에 몰아놓고 뺨을 때려주겠다는 시도다. 촛불의 경험에 반값 등록금 시위 전력까지 쌓은 청년들이 다시 시위의 현장으로 불려나오게 됐다. 온갖 시민단체들이 벌써 불쏘시개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은 "친재벌 한나라당-이명박 정부는 젊은이 아픈 맘 달래라"며 군불을 때고 있다. 정치판이 젊은이들의 고통을 앞세워 한바탕 거리 투쟁에 나설 태세다.
시위 기술자들이 들러붙고,'희망버스'가 상경하고,반값 투쟁의 동지들이 모여들 모양이다. 이제 정치 이슈가 달라붙는 일만 남았다. 마침 선거의 계절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문제는 그 근인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은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미국 경제를 밝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고민 끝에 4470억달러 규모의 고용창출법안을 내놨다. 한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세율을 높이고 감세 혜택은 줄이는 구조가 성장에 도움이 될 리 없어서다. 더욱이 먼저 쓰고,나중에 세금을 걷자는 건 누구나 다 아는 포퓰리즘적 꼼수니 말이다.
미국의 고용정책은 이미 포퓰리즘에 멍이 들대로 들었다. 실업수당부터 그렇다. 의회는 고용시장 안정이란 명목을 내세워 실업수당 지급기간을 26주에서 99주로 늘리는 한시법을 만들었다. 2008년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으니 여야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로 나왔다. 연간 1500억달러가 투입된 정책이 실업자들을 게을리 만들어 실업률을 1%포인트 높여놓고 말았다. 시카고연방은행의 분석이다. 게다가 그 한시법은 아직도 연장되고 있다.
또 하나가 2009년 최저임금 인상이다. 인상률이 11%나 됐지만 12년 만의 인상이어서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자들이 해고에 나선 시점이었으니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희생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최저임금 인상에 환호하던 청년층과 소수인종,여성들이었다. 기가 찰 일이다. 굳이 성장과 경기만 탓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9%대 실업률,18%대 청년실업률은 이렇게 고착화됐다.
미국은 학자금 대출로 움직이는 교육대국이다. 대학생 3분의 2가 평균 2만4000달러의 빚을 안고 학교를 마친다. 이들이 빌린 돈이 이미 9000억달러를 넘었고,연말이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돈으로 물경 1200조원,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금융 위기와 정부의 헛발질에 모든 실업자들이 녹아났지만 그 가운데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이 바로 이들,대졸 미취업자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직장을 잡아 빚을 갚아야 하는데 좋은 직장은커녕 취직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눈높이를 낮춰 시급제 웨이터나 캐시어로 취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지경에 밀려드는 것이 바로 빚독촉이다. 금융위기를 일으켜 일자리를 없앤 금융회사들이 빚을 내가며 주경야독한 자신들에게 빚독촉을 해대니,"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왜 안 나오겠나.
월가 시위에 여의도가 오버랩되는 건 괜한 걱정이 아니다. 학자금 빚더미에 청년실업,포퓰리즘 고용정책까지 하나도 다를 게 없어서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아르바이트 전선을 헤매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은 포퓰리즘적 고용 정책을 쏟아내느라 분주하다. 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높이겠다고 나섰고,한나라당은 사내하청근로자의 성과 공유를 부르짖고 있다. 고용을 되레 감소시킬 요소인데도 말이다.
더 가관인 것은 울고 싶은 젊은이들을 여의도에 몰아놓고 뺨을 때려주겠다는 시도다. 촛불의 경험에 반값 등록금 시위 전력까지 쌓은 청년들이 다시 시위의 현장으로 불려나오게 됐다. 온갖 시민단체들이 벌써 불쏘시개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은 "친재벌 한나라당-이명박 정부는 젊은이 아픈 맘 달래라"며 군불을 때고 있다. 정치판이 젊은이들의 고통을 앞세워 한바탕 거리 투쟁에 나설 태세다.
시위 기술자들이 들러붙고,'희망버스'가 상경하고,반값 투쟁의 동지들이 모여들 모양이다. 이제 정치 이슈가 달라붙는 일만 남았다. 마침 선거의 계절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