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증시, 생존의 비책을 찾아라 1부 ①]"40대 이 부장, 주식비중 줄이고 채권투자 나서라"
계속되는 '혼돈 증시'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위기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는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터널을 통과 중에 있다. 끝없이 오르는 전세값에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차량 유지비, 주택 관리비, 자녀 사교육비, 여기에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자산 축소까지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엄혹한 시기에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비책은 분명히 있고 또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혼돈 증시', 생존의 비책을 찾아라] 시리즈를 통해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1부는 증시 급락으로 얇아진 호주머니와 쪼그라든 금융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인가를 대한민국 최고 PB들의 제언을 통해 제안한다. 2부에서는 주식과 환 상품, 자문형 랩어카운트, 헤지펀드 등 실질적인 금융상품의 투자 비책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투자 격언이지만 너무나 다양한 금융상품이 새로 출시되는 요즘은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기도 쉽지 않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의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최근 상황에서는 어떤 상품이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기가 더욱 어렵다.

<한경닷컴>은 13개 증권사의 대표 프라이빗뱅커(PB) 1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향후 1년간을 기준으로 세대별 자산배분 전략을 알아봤다.

나이와 상황에 따라 PB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크게 차이가 났다. 젊을수록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대한 비중이 높았고, 은퇴 이후에는 대부분을 안전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진단이다.

◆ 30대 김 대리, 공격적 투자로 높은 수익 추구

[혼돈 증시, 생존의 비책을 찾아라 1부 ①]"40대 이 부장, 주식비중 줄이고 채권투자 나서라"
직장생활 4년차인 32살의 김 대리는 월급을 모아 50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재테크로 자산도 불려야 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는 그는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을까.

PB들은 김 대리의 경우 나이가 젊은 만큼 앞으로 수입 기간이 길고, 미혼이기 때문에 지출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다소 공격적인 고수익고위험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19명의 PB들이 조언한 포트폴리오를 집계해 평균을 낸 결과 위험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32%, 주식 직접 투자에 16%, 해외 주식형 펀드에 6% 정도를 투자하는 것이 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자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셈이다.

최일종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신촌지점 PB는 "미혼이므로 결혼 '시드머니'라고 할 수 있는 5000만원을 8000만원으로 불린 뒤 대출을 2000만원 받아 최종 1억원의 전세 자금을 마련하는 전략이 주효하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에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포트폴리오가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이희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프리미어컨설팅팀장도 "30대 초반의 경우 앞으로 직장생활을 통해 고정적인 수익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자산 전부를 고위험 상품에 넣는 것은 금물. 절반 정도는 안전성을 갖춘 상품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남겨둘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PB들은 주식형 펀드에 비해 손실 위험이 적은 주가연계증권(ELS)에 22%를 투자하고, 예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현금성 자산도 15% 정도 갖출 것을 강조했다.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장은 "현재 금융자산은 결혼자금으로 곧 사용될 가능성이 있어 일정 부분 원금을 보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40대 이 부장, 주식 비중 줄이고 채권 투자할 것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5살의 이 부장의 경우 어떨까.

PB들은 본격적으로 은퇴할 시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은퇴 준비를 하면서, 한편으로 자녀 교육 및 결혼을 준비하는 자산 축적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30대인 김 대리에 비해 위험 자산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영민 하이투자증권 압구정지점 자산운용부장은 "공격적 투자와 수익성 확보를 고려해야 한다"며 "초기에 전 자산을 투자하기보다는 투자 절정기를 1년후로 유예시키는 적립 방법으로 리스크 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40대의 이 부장에게 가장 알맞는 상품은 ELS다. 25%를 ELS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가 추천됐다. 주식형 펀드에 비해 안전하면서도 증시 상승에 따른 수익도 누릴 수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투자 비중은 24%로 30대에 비해 줄었고, 대신 채권이나 채권 펀드에 20% 정도를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강남 PB팀장은 "채권은 물가연동국채, 전환사채, 교환사채 등 일반 채권보다는 수익이 좀더 나은 상품을 고를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비상시를 대비해 현금성 자산은 15% 정도를 갖고 있고, 주식 직접 투자도 자산의 9% 정도로 낮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 받았다.

◆ 50대 박 모씨, 80%는 안전자산에 투자

58살의 박 모씨는 퇴직금을 포함해 4억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은퇴를 맞게 됐다. 은퇴 이후 특별한 소득이 없는 삶에 대해 준비해야 할 때다.

PB들은 박 모씨의 경우 퇴직금을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내면서 투자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PB들이 추천한 포트폴리오를 집계한 결과 ELS, 채권 등 안전자산에 80%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타났다.

김정환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는 "본격적인 은퇴 준비 시기로 자산의 대부분을 증식보다는 수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안전한 연금상품 및 원금 보전형 상품으로 노년을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도 "은퇴설계용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함과 동시에 일부는 자본이득과 배당소득을 얻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LS는 포트폴리오에서 22% 정도를 차지하며 은퇴자인 박모씨에게도 적당한 상품으로 추천됐다.

현금성 자산 비중은 20%로 30대나 40대에 비해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됐다. 채권과 채권 펀드에는 18% 정도를 투자하면 좋다는 판단이다.

박 모씨의 경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절대수익형 펀드에도 13% 정도를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PB들은 조언했다.

주식혼합형이나 채권혼합형, 또는 헤지펀드 등의 형태로 운용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변하기보다는 꾸준히 5~7%대의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특히 월지급식 상품을 선택하면 다달이 월급처럼 일정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11% 정도를 투자해 증시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즉시 연금보험도 10% 정도 투자하면 좋은 것으로 PB들은 추천했다.

설문 응답자(가나다 순, 19명)- 권혁렬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을지본부점 PB, 김영민 하이투자증권 압구정지점 자산운용부장, 김용구 대신증권 컨설팅랩 팀장, 김용선 KB투자증권 도곡PB센터장,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PB, 김정환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PB, 박상호 하나대투증권 이수역지점 PB, 박응경 삼성증권 삼성동지점 PB팀장, 박재선 KB투자증권 목동PB센터장,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 윤석현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 이권철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센터장, 이동희 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장, 이종숙 유진투자증권 도곡자산관리센터 PB, 이희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프리미어컨설팅팀장,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PB팀장, 정대영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장, 최일종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신촌지점 PB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