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의 재등장이다. 나아가 공적분야가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념의 종말이기도 하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09년에 한 이 말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 전면에 부상한 국가의 역할을 반영한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왔다. 국가경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시장에서 정부로 대거 이동한 것.과연 미국과 유럽이 이끌어왔던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각국 정부의 경제부문 통제력 강화와 중국,러시아,아랍 왕정국가로 대표되는 국가자본주의의 부상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그림자시장》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시련과 국가자본주의 부상에 주목한 책이다. 《국가는…》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국가자본주의를 살피며 세계경제 질서의 향방을 예측한다. 저자는 "국가자본주의는 일관된 정치철학이라기보다 경영기법에 가깝고,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시장을 지배하는 시스템"이라며 "본질적인 한계로 인해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중국,러시아 등은 지난 30년간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경제를 성장시켰지만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정부 개입이 줄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또 "역사적으로 시장의 탐욕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 위기가 닥쳤다"면서도 "세계경제는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자유시장 자본주의로 인해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림자시장》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과도기적 구조의 변화로 보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미국과 유럽이 쥐고 있는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교체되고 있는데 그 배후에 '그림자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시장은 돈과 지정학적 권력의 결합체를 말한다. 중국과 중동 산유국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는…》에 등장하는 국가자본주의 국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그림자시장은 공식적인 리더 등 드러나는 게 없어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에 어떤 작용을 미치는지 감지하기 어렵다"면서도 "국영기업 헤지펀드 국부펀드 등의 투자를 통해 얻은 막대한 부로 세계 경제권력의 중심부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며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최대한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집단"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제 패권 시대가 끝났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마주하고 있다"며 서구에 대해 패권 상실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저항할지 대답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