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市의회 본분 저버린 민주당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요. 높은 분들이 결정하시면 따라야죠.저희도 답답합니다. "(서울시 의회 A 민주당 의원)

지난 12일 열린 서울시 의회 제234회 임시회 본회의는 의사 정족수 미달로 파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지난 10일 교통위원회에서 결정한 버스 ·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안을 의회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본회의 안건에서 빼버린 것이다. 하수도 요금을 t당 160원에서 2014년까지 t당 300원으로 올리는 건설위원회의 안도 함께 빠졌다.

이 때문에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회의 도중 퇴장,본회의가 30여분 정회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항의 표시로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교통위원회 소속 이행자 의원(민주당)은 신상발언을 통해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의장의 직권남용"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상정하지 않은 데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허광태 서울시 의회 의장은 이날 본회의장에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써 공공요금 인상은 '10 · 26 시장 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정확한 사유를 알기 위해 민주당 소속 A의원에게 전화했다. 그는 "어차피 다 알면서 굳이 뭐하러 전화했느냐"며 "높은 분들(중앙당)께서 결정했는데,힘없는 우리가 따라야죠"라고 힘없이 말했다.

재 ·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의식한 중앙당 지도부가 공공요금 인상안 처리를 미뤘다는 얘기다. K 의원(한나라당)도 "민주당 중앙당이 지난 11일 저녁 때 시의회 지도부에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 맞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된 안건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중앙당 지시에 따라 민주당 시의회 지도부가 움직였다면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은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