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근로자·기업위한 위대한 승리"
"미국 근로자와 기업을 위한 중대한 승리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가 12일(현지시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3개 FTA를 비준 처리하자 득달같이 이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의 마음고생이 그대로 녹아 있는 표현이다.

오바마는 이전 조지 W 부시 정부로부터 두 개의 과제를 물려받았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북 · 미 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라는 한 · 미 FTA를 비준하는 것.경제위기에 따른 성장 둔화와 고실업률(9.1%)을 해소하는 데는 조속한 한 · 미 FTA 비준이 해결책이기도 했다. 취임하자마자 2014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그였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 미 FTA로 한국에 연간 110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확대하고,일자리 7만개 이상을 창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0억달러 수출은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0.1%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근로자·기업위한 위대한 승리"
오바마는 하지만 주요 지지 기반인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2007년 타결된 협정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 자신도 한국과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한 · 미 FTA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하기 바빴다. 친정인 민주당은 실직자 훈련 프로그램인 무역조정지원(TAA)제도 연장안과 FTA를 함께 처리하자고 고집했다. 야당인 공화당은 TAA 연장에 반대하며 맞섰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됐다.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비해 늦게 출발했으면서도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 지난 7월1일 발효시켰다. 한 · 미 FTA 비준을 늦출수록 한국시장은 EU 기업들에 선점당하게 될 판이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한 · 미 FTA 등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38만개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날려버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FTA를 통한 일자리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오바마의 지지율은 바닥을 헤맸다. 오바마와 같은 시기에 의회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다 공화당 소속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정책이 전개되는 시점에 한국과의 경제적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지난 3일 FTA 이행법안을 제출한 지 6일 만에 의회가 속전속결로 처리한 주된 속사정과 배경들이다. 이날 한 · 미 FTA 이행법안은 하원에서 찬성 278표,반대 151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가결됐다. 상원의 표결 결과도 찬성 83표,반대 15표였다. 하원에서 통과된 지 1시간40분 만에 상원에서 가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초당적인 지지 속에 이뤄진 표결은 21세기에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의 정치 선배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이 체결해 물려준 NAFTA를 과감하게 비준해 재선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