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필름 가격이 이달부터 15%가량 올랐다. 필름 핵심 원료인 은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음에도 필름 카메라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고 있는 필름 사진 마니아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코닥은 이달 초 고급 컬러필름 '포트라','엑타' 시리즈와 흑백필름 일부,슬라이드필름 전 품목의 공급가격을 평균 15% 인상했다. 한국후지필름도 지난달 주요 제품군의 공급가를 비슷한 폭으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향으로 사진 동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35㎜ 카메라용 포트라160' 1롤의 소비자 가격이 종전 5400원에서 6300원 선으로 뛰었다. 코닥과 후지는 의료용 엑스레이(X-Ray) 필름 공급가격도 지난 7~9월 단계적으로 40%가량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름 생산원가는 핵심 원료인 은값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달 들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은(3개월 선물)값은 온스당 평균 3619센트로 작년 연간 평균(2025센트)보다 54%,2009년 평균(1470센트)보다는 11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 가격이 온스당 1달러 오르면 코닥은 연간 1000만~1500만달러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후지필름 측은 "지난해부터 수입 원 · 부재료 가격이 많이 상승해 전 세계적으로 필름 가격이 인상되는 추세"라며 "일본 본사의 방침에 따라 판매가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은 이외에도 필름을 보호하는 카트리지의 주 원료인 플라스틱과 젤라틴 등의 구매비용도 크게 늘어났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한국코닥은 가격 인상과 관련한 답변을 거부했다.

필름 카메라의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사진용 은 수요는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자재정보업체 코리아PDS에 따르면 전 세계 은 수요량(연간 2만8000t 추정) 가운데 사진용은 올해와 내년에도 2700~3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08년 4300t에 비하면 많이 줄긴 했지만 전체 수요의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떠오른 폴라로이드용 필름 가격도 상승세다. 시장조사업체 다나와 집계에 따르면 한국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필름 5팩(50장)의 판매가격은 지난달 평균 4만2000원으로 1년 전(3만4800원 선)에 비해 17% 이상 올랐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