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투자자문사 운용역으로 자리를 옮긴 A씨(40)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회사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이적할 때 약속받았던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 데다 동료 중 일부는 벌써 자산운용사로 다시 옮겨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탓이다. A씨도 늦기 전에 옮겨갈 곳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작년 하반기 '블랙홀'처럼 펀드매니저들을 빨아들였던 투자자문사에서 인력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익률 악화로 자리가 위태로워진 펀드매니저들은 다시 운용사로 복귀하기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낸 사람도 있다. 지난해 KTB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을 그만두고 알데바란투자자문 대표를 맡았던 H씨는 최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으로 복귀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들과 달리 신생 자문사들은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인사권이 대표 개인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불안감을 느낀 펀드매니저들이 이직 의사를 타진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인력 이동이 가시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빈자리가 늘어 고생했던 운용사 입장에서 이런 펀드매니저들이 달가울 리 없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경력 5~10년 이상의 중견급이지만 운용 성적이 뛰어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이들을 받아준다는 자산운용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은 "1년도 안 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펀드매니저들이 책임감을 갖고 펀드를 운용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