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를 마침에 따라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그렇지만 비준안 처리 문제를 두고 여야는 13일 치열한 기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여 · 야 · 정은 이날 협의체를 재가동,의견 조율에 나섰으나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여권 수뇌부는 '이달 내 비준안 처리'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야5당은 '비준 불가'를 고수하며 강행 처리 저지 공동 전선까지 구축,여권의 뜻대로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 양보 없는 설전

여야의 볼썽사나운 대립은 이날도 계속됐다. 여 · 야 · 정 협의체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었으나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 · 미 FTA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는 '재재협상'으로 요약된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주요 쟁점에 대한 대체토론이 이어졌으나 여야는 양보 없이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의 한 · 미 FTA 비준은 을사늑약을 추인해주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미국과 한통속"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재재협상은 수용 불가라며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우리 국회의 경우 FTA 비준안 외에 후속 법안 14건이 다른 상임위에 걸쳐 있으므로 미국보다 촉박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양당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회의 후 각각 브리핑을 갖고 입장을 설명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여당으로서 야당의 요구 중 수용 못할 부분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보다 두세 보 늦게 가선 안 되며 비준안 처리를 무작정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철 민주당 외통위 간사는 "농축산업 피해 대책에 대해 13가지를 요구했는데 정부는 대부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고,수용한 부분도 미흡하고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가 미국보다도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됐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 좋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또 같은 당 최인기 의원은 "성의 있는 농어업 피해보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비준안을 처리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선택의 갈림길

민주당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당장 코앞에 닥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및 대선을 감안해 야권 통합 파트너인 민주노동당 등과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큰 틀에서 비준안을 인정하고 대신 강화된 대책안을 얻어내는 방법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노선이 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이 비준 절차를 마친 마당에 끝까지 반대하는 데 대해선 부담이 크다. 민주당이 통상절차법 제정에 동의한 뒤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 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외교통상부가 참여하는 끝장토론을 여는 데 동의한 것은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다만 민노당은 '밀실토론'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이 이날 여야 간 협의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함께 여 · 야 · 정 협의체와 별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협의를 지속하기로 함에 따라 막판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농수축산업 피해 대책 보완,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책 마련 등 국내 보완입법에 대해선 여야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책의 경우 수차례 여 · 야 · 정 협의체 회의를 통해 기본 원칙은 정한 상태이며 지원액과 방법 등을 놓고 여야 간 숫자 조정만 남았다.

☞ 통상절차법

통상 협상에 대한 국회의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민간자문위원회 설치,여론 수렴 절차 마련 등을 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계기로 2008년부터 논의돼왔으며 천정배 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관련 법안 5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