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지수는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3일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함께 엿새째 랠리를 이어갔다. 다만 장 막판 옵션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차익 매물 출회로 장 초반 회복한 1830선을 지키지 못하고 장을 마쳤다.

12일(현지시간)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기대 등으로 미국 뉴욕 증시가 상승 마감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단번에 1830선을 뚫으며 강세로 장을 시작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졌지만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사안인 만큼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주요지수들이 혼조세로 장을 마친 점은 이날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는 중국의 무역지표 악화와 JP모건의 실적 부진 등으로 혼조를 나타냈다.

또한 국제적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고, 이외에 모두 12개의 유럽 및 미국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내린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을 부결했던 슬로바키아의 여야 정치권은 법안에 대해 재표결을 실시, 승인했다. 이에 EFSF에 대한 유로존 17개국의 승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반등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지지만 단기적으로 지수가 속도조절에 나설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6거래일 연속 반등하면서 156.58포인트 뛰었기 때문에 차익매물이 출회될 수 있는 시점이란 분석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마련할 주요 정책 결정자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상황이 개선됐지만,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가의 출렁거림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결책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인 이달 말까지는 여전히 박스권을 염두에 둔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지수 반등으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낙폭이 컸던 종목의 반등은 상당 부분 이뤄졌고, 순환매적 반등 역시 어느 정도는 마무리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조정 이후 지수 반등이 이어지더라도 그만큼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고,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선전한 정보기술(IT), 경기소비재 등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7월 말 대비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은 IT이 크게 늘었고, 경기소비재 등도 증가했지만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은 감소했다"며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의 미국은행 자본 확충 사례를 볼 때 중기적인 변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 정책공조에서 유동성 지원은 은행들의 자본확충에 할애되는 한편, 재정흑자국을 중심으로 진행될 경기부양정책은 수요진작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경기소비재와 IT가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원화가치의 절대적인 저평가 상황도 이들 업종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탤 것으로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우선 실적 호전 종목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추세가 살아있는 종목 중심의 대응이 유리할 수 있는 국면"이라며 "기술적으로 장기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위치한 종목보다는 위에 위치한 종목으로 매매대상을 압축하고, 200일 이평선 돌파시도에 나서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유리해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발표되는 중국 물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를 언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의 정부 관련 기관들까지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표될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관심 있게 봐야 할 지표"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중국의 긴축 기조가 약화되고 있지만, 물가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신호가 확실해진다면 재정 여력이 있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