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우정(友情)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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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외국 정상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하고 싶으면 캠프 데이비드 별장 대신 텍사스의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했다. 2001년 "좋은 친구는 집으로 부르는 법"이라며 청바지와 부츠 차림으로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을 첫 손님으로 맞았다. 이듬해엔 장쩌민 중국 주석을 크로퍼드로 불러 바비큐를 대접했다. 2003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초대했을 땐 픽업 트럭을 직접 몰고 목장을 돌며 대화를 나눴다.
2006년 3월 푸틴의 베이징 방문 때 중국의 환대도 보통을 넘었다. 인민대회당에 '러시아의 해' 선포 행사장을 마련한 다음 '손잡고 함께 나가자'는 구호 아래 불곰과 팬더가 악수하는 모습까지 그려놓았다. 후진타오 주석은 푸틴이 격투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소림사를 둘러 보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2003년 고이즈미 총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숙소를 휴양지 하코네의 전통여관으로 정하고 잠자리까지 직접 챙겨주는 성의를 보였다.
가장 각별한 우정을 나눈 정상은 루스벨트와 처칠이다. 1939년부터 45년까지 이들은 2000여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연말연시,크리스마스 등 함께 지낸 날만 113일에 달했다. 한 번은 백악관에 묵던 처칠이 알몸으로 있는데 루스벨트가 불쑥 들어왔다. 미안해하는 루스벨트에게 처칠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괜찮소." 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정상회담에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게 형식과 의전이다. 실무진이 오가며 숙소 식사 경호 행사장 방문지는 물론 선물 품목과 수행원까지 세심하게 조율한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팬타곤 탱크룸에서 브리핑을 받았고 대통령 전용차를 함께 타고 한식당으로 가서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만찬 후에도 오바마는 MB의 숙소 블레어하우스에 들렀다 갔다니 보통 우정(友情)이 아니다.
국제관계에 공짜 점심은 없는 만큼 어디에서 '청구서'가 날아들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MB는 한껏 들떠 있을 게다. 문제는 귀국 후다. 흐느적대는 한나라당을 다독여 한 · 미 FTA를 통과시켜야 하는데다 경제여건 개선, 사저 파문 수습,레임덕 방지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좋아진 한 · 미 관계처럼 내치(內治)에서도 성과를 낼 수 는 없을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2006년 3월 푸틴의 베이징 방문 때 중국의 환대도 보통을 넘었다. 인민대회당에 '러시아의 해' 선포 행사장을 마련한 다음 '손잡고 함께 나가자'는 구호 아래 불곰과 팬더가 악수하는 모습까지 그려놓았다. 후진타오 주석은 푸틴이 격투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소림사를 둘러 보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2003년 고이즈미 총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숙소를 휴양지 하코네의 전통여관으로 정하고 잠자리까지 직접 챙겨주는 성의를 보였다.
가장 각별한 우정을 나눈 정상은 루스벨트와 처칠이다. 1939년부터 45년까지 이들은 2000여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연말연시,크리스마스 등 함께 지낸 날만 113일에 달했다. 한 번은 백악관에 묵던 처칠이 알몸으로 있는데 루스벨트가 불쑥 들어왔다. 미안해하는 루스벨트에게 처칠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괜찮소." 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정상회담에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게 형식과 의전이다. 실무진이 오가며 숙소 식사 경호 행사장 방문지는 물론 선물 품목과 수행원까지 세심하게 조율한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팬타곤 탱크룸에서 브리핑을 받았고 대통령 전용차를 함께 타고 한식당으로 가서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만찬 후에도 오바마는 MB의 숙소 블레어하우스에 들렀다 갔다니 보통 우정(友情)이 아니다.
국제관계에 공짜 점심은 없는 만큼 어디에서 '청구서'가 날아들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MB는 한껏 들떠 있을 게다. 문제는 귀국 후다. 흐느적대는 한나라당을 다독여 한 · 미 FTA를 통과시켜야 하는데다 경제여건 개선, 사저 파문 수습,레임덕 방지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좋아진 한 · 미 관계처럼 내치(內治)에서도 성과를 낼 수 는 없을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