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열흘새 1조…'떼돈'에 우체국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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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새마을금고서 빠진 돈, 우체국으로
"돈 굴릴 곳 별로 없는데"
자금운용팀 배부른 걱정
"돈 굴릴 곳 별로 없는데"
자금운용팀 배부른 걱정
우정사업본부 기금운용팀은 요즘 '돈이 너무 많아져서 걱정'이다. 작년 말 50조3000억원이던 예금 수신액 규모가 10개월 만에 60조원을 훌쩍 넘겼다. 최근엔 돈 들어오는 속도가 더 가파르다. 지난 12일 기준 수신액은 60조1000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약 9000억원 증가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한 달 사이에 2조원의 예금이 한꺼번에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굴릴 자금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지만 운용팀의 고민은 크다. "기금을 운용하는데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돈이 갑자기 빠지거나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연초에 포트폴리오 계획을 세워놓고 자금을 집행하는데 요즘처럼 수익을 낼 만한 자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선 돈 들어오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체국 예금으로 몰리는 자금은 누구의 돈일까. 이와 관련,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빠진 돈이 뭉텅이로 들어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다음으로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6~7일 이틀 동안에만 전국 1463개 새마을금고에서 2조4000억원이 인출됐는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우체국으로 흘러갔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와 우체국 예금 고객은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빼도 달리 투자할 데가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만 해도 이달 4일 19조6517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은 12일 19조6216억원으로 감소했다.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에서 빠진 돈이 증시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등 최근 수신 업무를 강화한 산업은행도 시중에 부동(不動)자금이 늘어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점별로 들어오는 자금을 분석해 보니 특이하게 4800만원 언저리로 예금을 하는 고객들이 꽤 많았다"며 "저축은행에서 돈을 뺀 예금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만 보장받는다는 생각에 딱 그만큼만 예금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요즘 고객들한테 돈이 어디로 갈 것 같으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1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고객 한 명은 주식,부동산에 이어 금까지 매력이 떨어지자 해외 농장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 · 합병(M&A)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는 것도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고,주가가 떨어지면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의 가격도 떨어져야 하는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좀처럼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할 만한 대상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박동휘/노경목 기자 donghuip@hankyung.com
굴릴 자금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지만 운용팀의 고민은 크다. "기금을 운용하는데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돈이 갑자기 빠지거나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연초에 포트폴리오 계획을 세워놓고 자금을 집행하는데 요즘처럼 수익을 낼 만한 자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선 돈 들어오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체국 예금으로 몰리는 자금은 누구의 돈일까. 이와 관련,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빠진 돈이 뭉텅이로 들어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다음으로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6~7일 이틀 동안에만 전국 1463개 새마을금고에서 2조4000억원이 인출됐는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우체국으로 흘러갔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와 우체국 예금 고객은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빼도 달리 투자할 데가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만 해도 이달 4일 19조6517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은 12일 19조6216억원으로 감소했다.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에서 빠진 돈이 증시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등 최근 수신 업무를 강화한 산업은행도 시중에 부동(不動)자금이 늘어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점별로 들어오는 자금을 분석해 보니 특이하게 4800만원 언저리로 예금을 하는 고객들이 꽤 많았다"며 "저축은행에서 돈을 뺀 예금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만 보장받는다는 생각에 딱 그만큼만 예금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요즘 고객들한테 돈이 어디로 갈 것 같으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1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고객 한 명은 주식,부동산에 이어 금까지 매력이 떨어지자 해외 농장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 · 합병(M&A)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는 것도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고,주가가 떨어지면 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의 가격도 떨어져야 하는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좀처럼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할 만한 대상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박동휘/노경목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