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정상회담에서 원 · 달러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키로 합의했다는 뉴스에 대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엇박자를 냈다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장관도 아닌 정상들이 합의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재정부가 발표문에 있던 관련 문구를 삭제하고 없던 일로까지 만들려고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와 재정부가 사전 조율은 고사하고 현지에서 협의라도 가졌더라면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참모진은 이번에 벌어진 국제 망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재정부의 반대 입장을 몰랐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밀어붙였다면 이는 국가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관련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재정부 또한 정상들의 합의를 덮어버리려 들었던 괴이한 행태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은 굳이 지금 다시 체결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불가식으로 거부해야 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저 비상시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에 들어놓는 것이라고 보면 그뿐이다. 여기에 국제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형편이고 보면 우리로선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

더구나 일본 ·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아직도 효력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정만 문제가 된다는 논리도 수긍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은행들이 외화조달을 위한 비상수단으로 크레디트 라인이나 커미티드 라인을 설정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돼버린다. 이번 해프닝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간다. 청와대와 재정부에 무슨 피치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재정부는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될 비밀스런 거래라도 다급하게 추진해왔던 것인가. 청와대와 재정부의 심야 갈등을 보면서 이런 의문까지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