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보험 상품의 이자율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12개 생명보험사에 3600억원대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담합을 주도한 대형 보험사들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활용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거나 대폭 경감받을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정위는 생명보험 시장에서 장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개인보험 상품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 담합 행위를 적발,시정명령과 함께 총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12개 회사별 과징금 액수는 삼성생명 1578억원,교보생명 1342억원,대한생명 486억원,알리안츠생명 66억원,흥국생명 43억원,신한생명 33억원,동양생명 24억원,AIA생명 23억원,미래에셋생명 21억원,ING생명 17억원,메트라이프생명 11억원,KDB생명 9억원 등이다. 또 동부생명 우리아비바 녹십자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4개사에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생보사 '빅2'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과징금 합계는 2920억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모두 리니언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 1순위를 인정받으면 과징금의 100%를 면제받고,2순위를 인정받으면 50%의 과징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처음 자진신고를 한 교보생명은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을 전망이다. 삼성생명도 2순위로 자진신고를 해 과징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담합을 이끈 대형 생보사들이 리니언시를 활용해 과징금 폭탄을 피한 반면 중소 업체들은 고스란히 과징금을 물게 돼 리니언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 중소 생보사 관계자는 "대형 선도 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사 사실을 알고 발빠르게 리니언시를 신청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며 "구체적인 담합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이뤄진 이번 담합은 초기에 삼성,대한,교보,흥국,제일(알리안츠생명 전신),동아(금호생명에 흡수 합병) 등 6개 생보사가 먼저 이자율을 합의한 뒤 이를 다른 생보사에 전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런 구조가 정착한 이후에는 이자율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각사의 이자율 결정 내역을 상호 전달 ·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확정형 이자율인 '예정이율'은 매년 12~2월께 업계 회의를 통해 조정시기와 인하폭 등을 합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보험업계의 오랜 담합 관행을 없앴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가격 경쟁이 활성화하고 보험 가입자가 부담할 보험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