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since 1868] 1899년  손목시계…1930년대 파일럿 시계…1990년 그랑 컴플리케이션 "예술의 경지"
세계적 관광 명소인 독일의 라인 폭포. 웅장한 물줄길을 따라 몇 ㎞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샤프하우젠이란 스위스의 작은 마을이 나온다. 세계 시계사(史)에 한 획을 그은 걸출한 브랜드인 IWC가 태어난 고향이다.

IWC는 미국 보스턴 출신 사업가인 플로렌타인 아리오스토 존스(Florentine Ariosto Jones)가 지금으로부터 143년 전인 1868년 설립했다.

미국 회중시계 제조회사의 생산 매니저로 있던 그는 스위스 장인기술과 미국식 산업 노하우를 결합, 미국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회중시계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대서양을 건넜다.

존스는 당시 시계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던 스위스 제네바 인근 쥐라계곡 대신 독일 국경과 가까운 북동부지역 샤프하우젠을 택했다. 라인강 유역 수력 발전소가 있는 이곳이 회중시계를 대량 생산하기에 적격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쥐라계곡에 있는 시계업체들은 공방 수준에 불과했다.

브랜드명도 바쉐론콘스탄틴, 파텍 필립, 브레게 등 거의 모든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가 창업자나 유명한 시계 장인의 이름을 따온 것과 달리 ‘국제 시계 회사(International Watch Company) 샤프하우젠’으로 붙였다.

존스의 애초 목표는 회중시계를 대량생산해 미국시장에 보급하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귀족들에게 어필하면서 ‘고급 시계 브랜드’란 명성을 얻게 된다. 덕분에 IWC는 스위스 시계업계 최초로 국제적인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기술의 IWC’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IWC는 1899년 정교한 손목시계를 상품화하는 등 시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여 왔다.

대다수 조종사들이 회중시계에 의존해 비행하던 1930년대에 IWC는 정교하고 정확한 파일럿 손목시계를 내놓았다. 1939년에는 IWC의 대표작인 ‘포르투기즈’를 세상에 소개했다. 포르투갈 해상 사업가들이 항해 전용 시계를 주문하면서 만들어진 포르투기즈는 당시 시계업계에서 금기로 여겼던 회중시계용 무브먼트(동력장치)를 손목시계에 처음으로 장착해 화제가 됐었다. 1955년에는 양방향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제작해 적용한 ‘인제니어’를 선보였고, 1967년에는 다이버 전문 시계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1985년에는 2499년까지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자동으로 맞춰주는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를 내놓았다.

1990년에는 투르비옹,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등 고난도 기술을 2개 이상 장착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손목시계로 선보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시계 덕분에 IWC는 ‘시계 기술을 예술의 경지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혁신적이고 정교한 기계식 시계를 지속적으로 선보인 IWC는 2002년 세계 최대 시계·보석기업인 리치몬트그룹에 인수돼 ‘글로벌 명품 시계 브랜드’로 도약하는 전기를 맞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