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since 1868] 예술로 빚은 공학시계…한국 남성 사로잡다
“IWC는 요즘 명품시계 업계의 ‘대세’가 됐습니다. 성장률로 따지면 단연 1위죠.” (최승수 신세계백화점 명품시계 담당 과장)

“명품시계 업계는 이제 매출 기준으로 확연하게 ‘빅4’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등 ‘3인방’에 IWC가 끼어든 거죠.” (김신욱 롯데백화점 명품시계 담당 대리)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난리예요. 얼마 전 문을 연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선 입점 시계 브랜드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임부환 현대백화점 명품시계 담당 과장)

IWC는 요즘 명품시계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다. 국내에서 2005년 연매출 10억원(소비자가격 기준) 안팎의 ‘볼품없던’ 외형이 5년 만인 지난해 300억원으로 불어나서다.

올해 목표는 500억원. 올 상반기에 25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만큼 큰 어려움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6년 만에 50배 성장’이란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정우창 IWC 브랜드 매니저(부장)는 IWC의 성장률이 다른 브랜드를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로 다양한 모델과 폭넓은 가격대를 첫 손에 꼽았다. IWC는 각각 디자인과 성격이 다른 포르투기즈, 포르토피노, 파일럿 등 6개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라인마다 20~30개 모델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가격도 500만원대에서부터 10억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 부장은 “모델 수가 워낙 많은 데다 가격대도 다양한 덕분에 예물시계를 구입하려는 20~30대부터 승진, 결혼 20주년, 입사 30주년 등을 맞아 특별한 시계를 사려는 40~60대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게 IWC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도 폭발적인 성장에 한몫했다. 정 부장은 “IWC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런저런 장식 등 ‘기름기’를 쫙 뺀 깔끔한 디자인에 있다”며 “디자인을 간결하게 하는 대신 시계 본연의 기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 남성들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IWC since 1868] 예술로 빚은 공학시계…한국 남성 사로잡다
IWC는 ‘남성을 위한 정밀한 공학시계’란 슬로건에 충실하기 위해 여성용 시계는 일부만 내놓고 있다. 쿼츠 시계(건전지로 동력을 얻는 방식)와 기계식 시계(건전지 없이 태엽을 감아 동력을 얻는 방식)를 적절히 섞어 내놓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기계식 모델만 출시하는 것도 IWC만의 특징이다.

뛰어난 기술력도 ‘IWC 돌풍’의 비결 가운데 하나다. IWC는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 미닛 리피터(시·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 퍼페추얼 캘린더(한 달이 28,30,31일인 경우와 윤년까지 인식해 날짜를 표시하는 기능) 등의 고난도 기술로 자체 제작하고 있다. 세계 첫 디지털 방식 퍼페추얼 캘린더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수많은 ‘세계 최초’ 기록도 갖고 있다.

신혜정 IWC 마케팅 담당 과장은 “시계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는 ‘고난도 제품을 한두 번 만들어본 적이 있느냐’가 아니라 ‘고난도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이다”라며 “IWC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원천은 고난도 제품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IWC의 다음 목표는 2014년까지 국내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 부장은 “국내에 불고 있는 명품시계 열풍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성장에 탄력을 받은 만큼 3년 내 1000억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868년 설립된 IWC는 2002년 까르띠에 바쉐론콘스탄틴 몽블랑 예거르쿨트르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시계·보석기업인 리치몬트그룹에 인수됐다. 국내에서도 중소 딜러를 통해 판매하다 2002년부터 리치몬트코리아의 직접 판매 체제로 바뀌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