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흥기 맞은 홈쇼핑 산업…방송·상품·서비스 등 경쟁력 ‘최고’
국내 홈쇼핑 산업이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 증권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연간 15% 이상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홈쇼핑 산업은 향후 3년간 연평균 15.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장기적으로도 유통 업종 평균 성장률인 5~7%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홈쇼핑 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방송 형식부터 상품 구성,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홈쇼핑 산업이 다시 중흥기를 맞은 데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갈수록 편리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저가의 식품에서 고가의 명품까지 앉은 자리에서, 그것도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습득부터 구매까지 한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경쟁력을 갖췄고 제품군 및 가격대를 다양화함으로써 소비자 층이 넓어진데다 저가 시장이라는 편견이 깨진 것도 고성장의 배경이다.
제2의 중흥기 맞은 홈쇼핑 산업…방송·상품·서비스 등 경쟁력 ‘최고’
홈쇼핑 업계의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방송 프로그램의 형식 파괴다. 쇼 호스트가 나와 제품을 설명하던 기존의 일방적이고 획일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토크쇼부터 코미디, 정보 쇼, 쌍방향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다양화되는 추세다. 쇼핑이라는 ‘목적’에 재미까지 더한 이른바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타 방송 대비 시청률이 높은 데다 고정 편성으로 충성 고객까지 확보하고 있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GS숍의 대표적 고정 프로그램인 ‘똑소리 살림법’은 1998년부터 14년째 유지되고 있는 홈쇼핑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요리·식기·수납·인테리어·화장품 등 각 분야 5명의 전문가 게스트가 ‘살림 멘토’라는 타이틀로 출연,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방송 중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단문 문자 메시지(SMS)로 받아 실시간으로 해소해 준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식품 전문 프로그램 ‘단골가게 총각네’는 유명 오프라인 야채 가게인 ‘총각네’ 매장을 TV에 그대로 옮겨 화제가 됐다. 쇼핑 호스트 박상준·문경훈, 개그맨 문천식, 셰프 강제곤 등 젊은 네 남자가 진행하며 실제 매장의 총각들처럼 TV 앞 고객들을 ‘누님’ 또는 ‘어머님’으로 칭하며 좋은 식품 고르는 법, 맛있는 조리법 등 정보 제공도 하고 있다. GS숍 측은 “쇼퍼테인먼트로 친밀도를 높인 고정 프로그램들은 일반 홈쇼핑 방송보다 시청률은 물론 매출도 20~30% 증가하고 있다”며 “‘단골가게 총각네’ 역시 동일 시간대 동일 상품군 평균 매출 대비 20% 이상 높다”고 밝혔다.
제2의 중흥기 맞은 홈쇼핑 산업…방송·상품·서비스 등 경쟁력 ‘최고’
토크쇼부터 리얼리티까지 쇼퍼테인먼트

CJ오쇼핑도 ‘스타일 온에어’, ‘뷰티 온에어’,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 등의 ‘차별화된’ 방송을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진짜 결혼했어요’는 TV 홈쇼핑에 리얼리티 열풍을 몰고 온 ‘리얼 쇼핑 버라이어티’의 대표 주자다. 지난 4월부터 반년간 실제 쇼 호스트 부부의 진행으로 화제가 됐던 시즌1이 끝나고 10월부터는 쇼 호스트 김수진과 의사 표진인 부부가 진행을 맡은 시즌2가 방송되고 있는데 방송 분량 중 30% 정도를 실제 이들의 집에서 촬영하고 있다는 게 CJ오쇼핑 측의 설명. 버라이어티 토크쇼 형식의 ‘김승현의 이런 SHOW’는 아예 홈쇼핑 방송의 가장 큰 특징인 ‘-바(상품 정보와 문구를 넣어 노출하는 하단 자막)’까지 없애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뷰티·생활건강·주방·명품 등 7개의 쇼퍼테인먼트 프로그램을 고정 편성하고 있다. ‘살림 초보도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콘셉트의 ‘김정난의 살림짱’은 탤런트 김정난을 내세워 살림에 관한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고 있고 2009년 9월 첫 방송 이후 200회가 넘는 방송 횟수를 기록 중인 ‘최유라의 쿡쇼’도 일반 방송 대비 매출이 30% 이상 높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홈쇼핑도 지난 5월부터 패션 코칭 프로그램 ‘트렌드 톡’과 토크쇼 형식의 보험 전문 프로그램 ‘머니 투나잇’을 방송하고 있으며 NS홈쇼핑 역시 ‘소향순의 맘스 터치’를 통해 분당 매출 효율 110%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각 사의 고정 프로그램 중에는 명품 전문 프로그램들이 빠지지 않고 배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100만 원 이하의 매스티지 상품부터 수백만 원대의 하이엔드 명품까지 이제 홈쇼핑은 명품 판매의 대중적인 채널이 됐다. 명품 판매 매출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01년 개국 후 이듬해인 2002년부터 TV 홈쇼핑 최초로 명품 전문 프로그램 ‘클럽 노블레스’를 신설한 현대홈쇼핑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895회 방송을 통해 에르메스·구찌·디올·보테가베네타·클로에·프라다·베르사체 등 157개 브랜드 4000여 개 상품을 선보인 현대홈쇼핑 측은 “(명품 관련) 매출이 2003년 약 200억 원에서 2010년 약 75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9년째 방송 중인 ‘클럽 노블레스’는 매 방송마다 6억~7억 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린다는 게 업체 측의 얘기다. 현대홈쇼핑 뷰티팀 김정훈 책임MD는 “처음 방송될 때는 홈쇼핑에서 파는 명품은 진품이 아닐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고객의 문의 전화가 많았다”며 “소비자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명품 브랜드 본사가 국내 판매를 지정한 공식 수입원을 통해 직접 거래하고 사내 품질연구소를 통해 철저한 정품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등 차별화된 신뢰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2007년 롯데홈쇼핑으로 회사 간판을 바꾸면서부터 명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더 럭셔리’와 ‘더 셀렉티브’ 등 두 개의 고정 명품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9월 중순까지 명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5%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 롯데홈쇼핑 측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시칠리백(198만 원)은 분당 1100만 원을 기록하며 8분 만에 매진됐고 가이거 악어백(498만 원)은 분당 1700만 원을 기록하며 모두 매진됐다”고 밝혔다.

GS숍도 명품 전문 쇼핑 호스트 유난희를 내세운 ‘리얼스토리 with 유난희’를 고정 편성, 비교적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의 다양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100만 원 내외의 구찌 쇼퍼백은 1회 방송에 5억~6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홈쇼핑들이 이처럼 명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명품의 후광효과로 TV 홈쇼핑을 고품격 유통 채널로 인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비자로서도 백화점 명품 매장보다 최대 15%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까지 누릴 수 있으니 윈-윈 하는 셈이다.

명품 판매 확대, 해외시장 공략

명품 못지않은 효자는 바로 자체 상표 상품(PB) 및 단독 상품이다. PB 상품은 다른 유통 채널에서는 아예 판매하지 않는데다 상품의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전 부분에 걸쳐 홈쇼핑 담당자가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타깃에 맞는 상품 개발이 쉽고 보다 경제적인 가격이라는 장점 때문에 고객 선호도가 높다. 그런가 하면 단독 상품은 협력사와의 공동 기획을 통한 독점적인 판매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홈쇼핑에서도 PB 상품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PB 상품은 CJ오쇼핑의 ‘피델리아’다. 2001년 6월 론칭한 언더웨어 브랜드 피델리아는 이신우·박윤정·송지오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9년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등과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 ‘셀렙샵’도 인기 PB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 밖에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의 이름을 딴 침구 ‘효재처럼’, 엔프라니와 함께 만든 색조 화장품 ‘셉’ 등 다수의 단독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GS숍 역시 지난해부터 PB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화장품 브랜드 ‘닥터뷰’, 가구 PB인 ‘더 네이처’, 친환경 밀폐 용기인 ‘클로켄’, 프라이팬 PB인 ‘스트롬’ 등이 그것이다. 단독 상품 역시 눈에 띈다. 대표적 단독 상품인 조성아 루나는 지난 7월 기준 500회 방송을 돌파하며 누적 매출 1700억 원을 돌파했다.

그간 홈쇼핑 주요 소비자 타깃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던 남성 고객 및 장년층을 공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가전제품 판매에 이어 최근 장기 렌터카 모집 방송을 하는 등 남성 고객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오쇼핑 역시 은퇴 후 세대를 위한 맞춤 프로그램 ‘헤리티지 클럽’을 지난 4월부터 고정 편성하는 등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쇼핑 산업의 성장에 맞춰 서비스도 진화했다. 롯데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을 활용해 편의점 상품 회수 업무를 시작했다. 24시간 언제라도 반품이 가능해진 것. 여기에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를 배려해 지난 5월부터 야간 시간대(저녁 6~11시) 반품 회수 서비스도 시작했다. GS숍은 소파에 한해 아예 배송 현장에서 만족도 확인 후 바로 반품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파를 집으로 배송, 설치한 후 직접 앉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 반품하도록 한 것. 순금 같은 귀금속 상품 역시 고객과의 면대면 직접 배송을 통해 실물을 본 뒤 다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제2의 중흥기 맞은 홈쇼핑 산업…방송·상품·서비스 등 경쟁력 ‘최고’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홈쇼핑 업계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표 주자는 CJ오쇼핑이다. 합작 형식을 통해 일찌감치 중국 상하이·톈진 등에 진출한 CJ오쇼핑은 2009년 인도 시장 진출에 이어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CJ오쇼핑 측은 “2011년 CJ오쇼핑의 국내 연간 취급액은 약 2조 원, 상하이 동방CJ의 예상 매출은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른 해외시장 매출까지 합하면 국내외 매출 합계는 4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역시 신성장 동력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꼽고 있다. 2005년 대만 내 최대 금융 지주회사인 푸방그룹과 함께 설립한 ‘모모홈쇼핑’이 설립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홈쇼핑 업계 3위 업체인 ‘럭키파이’의 지분 63.2%를 인수했다. 올해는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GS숍은 2009년 인도 시장 진출 성공에 이어 2010년 중국 유명 대형 마트 ‘CP로터스’ 점포에 전용 매장을 열고 GS숍의 인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 5일에는 태국 합작사 ‘트루GS’ 개국 및 방송 송출을 시작하며 국내 유통 업계 최초로 태국에 진출했다.

한편 디지털 환경 변화에 발맞춰 각 홈쇼핑 업체(NS홈쇼핑 제외)는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국내 홈쇼핑 업계의 지속적 성장 뒤에는 보다 편리한 쇼핑이 가능해진 디지털 환경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취재=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제공=GS숍·CJ오쇼핑·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NS홈쇼핑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28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