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떡'하니 자리잡은 황금닭,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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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등 풍수에 빠진 CEO
"이 곳은 '금계포란'의 형상입니다. 의미를 남기기 위해 황금닭을 놓아두었습니다."(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지난 14일 기자들에게 공개된 인천 무의도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는 '배' 모양을 닮은 럭셔리한 위용을 자랑했다. 더불어 의외의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 잡았다. 바로 식당에 자리잡은 '황금닭'이었다.
식당 안에 10여명이 식사할수 있는 소규모 룸들이 있었다. 이 중 하나의 이름은 'Golden Chicken Room(황금닭방)'이었다. 설마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정말로 금칠을 한 닭 두 마리가 테이블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황금알까지 품고 있었다.
"회장님. 이건 뭔가요?" 웃음 섟인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은 "무슨 의미인지는 천천히 설명드릴께요"라며 다소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평범한 닭 장식품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 회장은 "이 교육센터가 자리잡은 이 쪽 지형을 보시면 금닭이 앞을 품고 있는 형상이예요. 이와같은 모양을풍수학으로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라고 합니다. 저쪽 산이 국사봉입니다. 닭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금계포란형은 한 번 들어온 재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쌓이는 복지(福地)로 꼽힌다.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보니 후손의 영광으로 부화된다는 의미도 있다.
이 회장은 "이 곳은 전체적으로 숲속에서 달걀을 생성하는 형상입니다. 달걀은 남이 깨면 달걀란후라이에 그치지만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된다"며 "좋은 터에서 교육을 받고 스스로 깨우침을 얻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최고경영자(CEO)는 이 회장 뿐만 아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의 CEO도 마찬가지다. '재물 모인다'는 풍수에 따라 본사 자리를 오랜동안 고수하거나 반대로 옮기기도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풍수 경영'을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2000년 서울 강남에서 사옥을 마련할 때 지관과 함께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의도를 떠나 을지로로 센터원빌딩을 짓고 이전한 것도 풍수 때문이라는후문이다. 센터원 빌딩 자리는 조선시대 동전을 만들었던 주전소(鑄錢所) 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본점은 남대문 옆이다. 인왕산과 남산 등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을 모두 받아 재운이 넘치는자리로 알려져 있다. KB금융지주가 자리 잡고 있는 국민은행 명동 사옥은 인왕산과 남산 능성이 이어지는 곳이다. 남산 기슭의 우리금융그룹 자리는 터파기 때 ‘황금색 흙’이 나와 명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본사 정문 앞에 있는 황소 동상의 방향을 바꿨다. 우리투자증권은 여의도공원 맞은 편 현 사옥에 입주를 하면서 수맥 차단을 위해 회사 이름이 새겨진 금색 현판을 외벽에 붙였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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