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대미술 이유 있는 수다…참신ㆍ발랄 '옐로칩' 8人8色
데미안 허스트로 대표되는 영국의 젊은 작가군 'yBa(young British artists)'와 회화의 복권을 주창한 '라이프치히학파' 중심의 독일 영파워 'yGa(young German artists)'에 이어 국제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중국 젊은 작가군 'yCa(young Chinese artists)'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 점유율 33%를 기록하며 미국(30%),영국(19%),프랑스(5%)를 제치고 세계 1위로 급부상하면서 젊은 작가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대표 도형태)에서 지난 13일 개막한 '햇빛이 쏟아지는 날들'전은 1970년대 이후 출생한 'yCa' 작가 8명의 최신작을 소개하는 자리다. 설치작가 천웨이를 비롯해 리칭,창작 그룹 '메이드인',투훙타오,우쥔융,양마오위안,주위 등 8명의 회화 · 설치 · 미디어 아트 · 사진 작품 40여점이 나와 있다.

웨민준 장샤오강 팡리준 왕광이 등 '4대천왕' 출현 이후 2000년대 정치성 짙은 팝아트,개념미술,미디어 아트 등으로 이어진 중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중국의 과거와 미래,시간과 공간,예술과 일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미학 세계를 탐구하는 작가들의 색다른 메타포를 비교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천웨이는 국제 미술시장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세대 사진작가다. 그는 고문당하듯 두 다리가 줄에 매달린 채 촛농 같은 하얀 물질을 흘리는 의자를 비롯해 빗자루,의상 등을 활용해 찍은 연출 사진 7점을 내놓았다. "중국 초등학생들이 쓰는 순수한 의자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히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두운 기억을 몽환적 기법으로 풀어낸 게 흥미롭다.

중국의 급격한 사회 변화를 회화 작업으로 묘사해온 리칭은 2007년 신문에 게재된 후진타오 주석의 러시아 방문 사진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을 걸었다. 주요 정치인들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두 개의 캔버스에 병치시켜 유년시절을 지배했던 이념과 사회 변화에 대한 단상을 응축해냈다. 언뜻 같은 이미지처럼 보이는 두 개의 캔버스에 서로 다른 그림이 숨어 있다.

미디어 설치작가 우쥔융은 강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고깔모자를 쓴 사람의 이미지를 통해 엽기와 장난이 교차하는 '중국적 미디어 아트' 2점과 회화 7점을 내보였다. 자본주의가 들어온 후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몰아내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망치로 재단을 내리치거나 용의 머리를 잘라내는 행위를 통해 정치 사회적 혼란을 코믹하게 풍자한다.

투훙타오는 도시의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산처럼 겹겹이 쌓아올린 화면에서는 급격한 개혁 · 개방이 초래한 도시의 혼란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중국 현대미술 작가 슈젠을 중심으로 2009년 결성한 창작그룹 '메이드인'은 개방 이후 중국사회를 강타한 자본주의의 무차별한 침투 현상을 다양한 공산품과 사람 이미지로 제작했다. 2000년대 초 태아를 먹는 퍼포먼스로 유명해진 주위의 찻잔에 남은 차 찌꺼기를 그린 '얼룩' 시리즈,팝아티스트 양마오위안의 동물과 비너스 머리를 제작한 도예 작품 등도 눈길을 끈다.

도형태 대표는 "중국 현대미술과 호흡하며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꾸미기 위해 고민했다"며 "중국 젊은 작가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10일까지 이어진다.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