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욕망 담긴 쇼핑백 '조용한 팝아트'가 되다
"우아,무슨 쇼핑백이 이렇게 예술적이야?" 물건을 담는 쇼핑백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순수하면서도 인정이 듬뿍 담긴 포장재이지만 현대인의 또 다른 욕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쇼핑백이란 상업적인 아이콘을 미학으로 형상화한 작가가 있다.

서울 청담동 청화랑에서 오는 31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스페인 중견 작가 마틴 버귤러(56)는 현대인의 욕망이 가득 담긴 쇼핑백을 극사실적인 회화로 형상화해왔다. 스페인 메이저 화랑 아콜리아갤러리의 전속 작가인 그는 "여행을 통해 채집한 쇼핑백을 화폭에 담아내고 그 속에서 현대인들의 욕망을 시각적으로 읽어낸다"며 "파는 사람의 정성과 사는 사람의 행복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소통 수단이 곧 쇼핑백"이라고 말했다.

'해피 패키지'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쇼핑백을 중심으로 컵 도자기 과일 신발 술병을 배열한 '조용한 팝아트' 작품 20여점이 걸렸다. 대부분 빨강 파랑 노랑 등 화려한 원색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발랄한 색감 속에 배열된 물건들이 정물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안온한 자연의 품에서 도시로 밀려난 현대인의 욕망을 비언어적 수단으로 풀어내 흥미를 더한다.

수직과 수평구도가 맞물린 그의 작품에는 적막감이 흐르는 듯하다. 신발 과일 등의 소재와 무언의 대화를 통해 '필'이 꽂히는 대상들만 한데 모아 작품으로 되살려냈다. 물체의 색보다 더 고유한 색감을 내기 위해 빛을 극적으로 몰아간 것도 주목된다.

그는 "쇼핑백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기에 관람객들은 그 속의 수많은 상품들을 상상하고 나열해볼 수 있다"며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을 담은 쇼핑백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만 그 속에는 어떤 특정한 물건이 아닌 현대인의 욕망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물건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의 소재로 전면에 등장한 쇼핑백은 또 다른 상품이자 욕망의 얼굴이라는 얘기다. (02)543-166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