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서울 정류장 개선사업' 반쪽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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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존 설치 놓고 갈등…市-KT 본계약 10개월 지각
5715곳 중 절반만 진행될 듯…밀실협상에 시민만 피해
5715곳 중 절반만 진행될 듯…밀실협상에 시민만 피해
서울시가 추진해온 '버스정류소 개선 사업'이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시는 지난해 10월 시민 서비스 및 도시미관 향상을 위해 시내 5715곳의 가로변 정류소 개선사업을 민간 업체에 발주,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1200억원을 써낸 KT가 선정됐다.
하지만 시와 KT는 10개월 후인 지난달 30일에야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정류장 와이파이존 설치 등 사업 시행 조건을 놓고 시와 KT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5715곳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384곳만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양측 간 밀실협정으로 피해가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10개월 지연된 본계약
가로변 정류장은 그동안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 비해 의자나 비가림막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는 KT가 1200억원의 총사업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가로변 정류소의 광고 운영권을 향후 8년간 가지기로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KT 측에서 모든 정류소에 와이파이존을 깔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KT가 와이파이망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뭘까. KT 측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계약대로 가로변 정류장 개선사업이 진행되면 투입금액에 비해 연간 예상수익이 적어 내부에선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익을 더 창출하기 위해 서울시에 와이파이망을 깔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추가로 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거절했다. 서울시 버스관리과 관계자는 "KT가 와이파이망을 까는 걸 허용하면 다른 통신사에서 특혜 시비를 할 수 있다"며 "시가 이 요구를 거부하면서 본계약 체결까지 협상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지자체 발주사업의 경우 통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2개월 안에 본계약이 체결되지만 적자 보전을 위해 KT가 재협상과 계약 내용 변경 등을 요구하면서 버스정류장 개선사업은 10개월 이상 늦어졌다. KT에선 해당 사업 담당임원이 사업 추진을 끝까지 반대하다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715곳 중 2384곳만 사업 진행될 듯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본계약은 체결됐다. 서울시 담당과장은 처음에는 "KT가 시와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했던 내용을 모두 수용키로 하면서 초기 제안요청서(RFP)와 달라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T 측 얘기는 다르다. KT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해 보니 서울시내 승강장 5715개 가운데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2384개에 불과했다"며 "하고 싶어도 광고판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은 정류장 개선사업을 하지 않는 쪽으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 투자내역을 정하는 실시설계 결과가 나오면 투자금액도 확정될 것"이라며 "KT가 제안했던 1200억원을 전부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5715곳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84곳에서만 개선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담당과장은 처음의 설명에서 한발 물러나 "아직까지 확정된 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실시설계를 해 보면 사업 대상 정류장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하지만 시와 KT는 10개월 후인 지난달 30일에야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정류장 와이파이존 설치 등 사업 시행 조건을 놓고 시와 KT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5715곳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384곳만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양측 간 밀실협정으로 피해가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10개월 지연된 본계약
가로변 정류장은 그동안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 비해 의자나 비가림막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는 KT가 1200억원의 총사업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가로변 정류소의 광고 운영권을 향후 8년간 가지기로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KT 측에서 모든 정류소에 와이파이존을 깔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KT가 와이파이망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뭘까. KT 측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계약대로 가로변 정류장 개선사업이 진행되면 투입금액에 비해 연간 예상수익이 적어 내부에선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익을 더 창출하기 위해 서울시에 와이파이망을 깔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추가로 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거절했다. 서울시 버스관리과 관계자는 "KT가 와이파이망을 까는 걸 허용하면 다른 통신사에서 특혜 시비를 할 수 있다"며 "시가 이 요구를 거부하면서 본계약 체결까지 협상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지자체 발주사업의 경우 통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2개월 안에 본계약이 체결되지만 적자 보전을 위해 KT가 재협상과 계약 내용 변경 등을 요구하면서 버스정류장 개선사업은 10개월 이상 늦어졌다. KT에선 해당 사업 담당임원이 사업 추진을 끝까지 반대하다 경영진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715곳 중 2384곳만 사업 진행될 듯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0일 본계약은 체결됐다. 서울시 담당과장은 처음에는 "KT가 시와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했던 내용을 모두 수용키로 하면서 초기 제안요청서(RFP)와 달라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T 측 얘기는 다르다. KT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해 보니 서울시내 승강장 5715개 가운데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2384개에 불과했다"며 "하고 싶어도 광고판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은 정류장 개선사업을 하지 않는 쪽으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 투자내역을 정하는 실시설계 결과가 나오면 투자금액도 확정될 것"이라며 "KT가 제안했던 1200억원을 전부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5715곳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84곳에서만 개선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담당과장은 처음의 설명에서 한발 물러나 "아직까지 확정된 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실시설계를 해 보면 사업 대상 정류장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