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고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다. 중국 측에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나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전 세계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역공했다. 다음달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이제 더 이상 용인 못해"

압박…반발…거세지는 美ㆍ中 '환율 공방'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나서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을 겨냥한 '환율감독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클린턴 장관은 14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 수출품이 경쟁력을 상실하도록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제 중국에 맞서 더 이상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할 때"라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재조정(절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불이익을 주면서 이익을 취하는 매우 공격적인 무역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환율 조작도 그 중 하나"라고 이례적으로 비난했다.

◆"위안화 환율 안정적 유지"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4일 광둥성 광저우시를 시찰하면서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경제의 혼란으로부터 수출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미국 상원의 환율 보복법안 제정 움직임을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세계 모든 인민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 이슈화한다고 해서 미국 경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법안은 양국 관계에 중대한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G20 정상회의에 주목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15일 예정돼 있던 환율보고서 국회 제출을 미뤘다. 이 보고서는 주요 무역국가의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을 담는다. 환율보고서 제출 연기는 거친 비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에 대한 실무적 판단을 미룬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아직은 외교적 해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재무부는 보고서 발표를 연기한 배경을 상세히 밝혔다. "다음달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며 "연말 최종 결정에 앞서 중국의 진전된 상황을 평가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3~4일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12~13일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아 · 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재무부 언급대로 그가 두 회의에서 중국 측은 물론 다른 참가국들과 위안화 환율 문제를 논의해 끝장을 볼지 주목된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김태완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