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통산 100승 '금자탑'…"욕심 버렸더니 우승이 다가왔다"
최나연(24)은 지난주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청야니(대만)에게 1타차로 패한 뒤 집에 돌아와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대회 3연패와 개인 통산 10승에다 한국 선수들의 미국 LPGA투어 통산 100승이라는 위업을 놓친 안타까움이 너무 컸다. 그러나 최나연은 지난주 패배를 통해 배운 것이 있었다. "우승을 원해도 상대선수가 너무 잘 치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최나연과 청야니는 1주일 만인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GC(파71 · 6208야드)에서 열린 '사임 다비 LPGA말레이시아'(총상금 190만달러) 마지막날 다시 한 번 우승경쟁을 펼쳤다.

LPGA 통산 100승 '금자탑'…"욕심 버렸더니 우승이 다가왔다"
최나연은 14번홀 파 퍼팅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청야니가 바로 옆 15번홀 그린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하는 것을 지켜 보았고 함성 소리도 함께 들었다. 자신과 공동선두를 이뤘고 지난주에 이어 다시 막판 숨막히는 접전이 펼쳐졌다. 최나연은 "청야니의 추격이 위협적이었다. 너무 긴장됐다. 그러나 나도 15번홀에서 버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명히 최나연은 지난주와 달랐다. 결과를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최나연은 1타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들어가면서도 우승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우승 욕심을 버렸다. 정말로 우승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15번홀에서야 우승 찬스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고 찬스가 왔으니 좋은 결과를 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15번홀에서 버디를 한 최나연은 16번홀(파5)에서 청야니가 버디를 하며 다시 동타가 됐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청야니조에서 함성 소리가 멈췄고 최나연은 17번홀에서 2m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나연은 2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범했다. 그는 우승에 집착했다면 이때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최나연은 "더블보기를 하고 나서 이달 초 대우증권클래식 마지막날 OB를 내고 더블보기를 하면서 우승을 놓친 일이 떠올랐다. 그러나 초반에 실수가 나왔으니 남은 홀에서 만회하자고 마음먹었다. 후반에 더블보기가 나왔다면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무려 6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한 청야니는 최나연의 우승을 축하해주며 "지난주는 내가 했고 이번주는 네가 했으니 다음주 대만에서는 내가 우승할 차례"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나연은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청야니의 추격을 1타차로 뿌리치고 한국 선수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시즌 첫승이자 투어 통산 5승째다. 우승 상금은 28만5000달러(약 3억3000만원).최나연은 국내 5승을 포함,개인 통산 10승도 채웠다.

박세리는 이날 2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4위에 올라 올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