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닛케이는 미국 의회가 한 · 미 FTA를 비준하자 연 사흘씩이나 관련 사설을 쓰고 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무역자유화에서 일본이 한국에 뒤지고 말았다며 일본 정부가 더욱 분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본 경제계 역시 일본 정부에 대해 한 · 미 FTA에 적극 대응하고,일본이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협력협정(TPP) 협상에 참여하도록 하라며 노다 내각의 결단을 채근하고 있다.

한 · 미 FTA에 대해 일본이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울 정도로 반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과 FTA를 발효하게 되면 전체 수출에서 FTA 대상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이는 일본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동차,전기 · 전자 등 한국과 경쟁분야가 많은 일본기업들로서는 그만큼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엔고 등으로 일본기업이 국외로 떠나는 마당인데 무역에서까지 경쟁력을 상실해 버리면 산업공동화가 걷잡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가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때 한 · 미 FTA 중단을 검토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일본이 한 · 미 FTA에 대해 반대 로비를 벌여왔다는 일각의 지적도 새삼 주목하게 된다.

한 · 미 FTA는 동북아 경제질서에 벌써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당장 일본은 미국과의 TPP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04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한 · 일 FTA 협상에서도 필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 · 미 FTA와 TPP협상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한 · 중 FTA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로서는 한 · 미 FTA 이후의 변화와 과제에 대해 선기를 잡을 기회도 맞고 있는 셈이다. 중 · 일의 협공을 경계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동북아 경제질서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