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스팩은 합병에 실패해 해산하더라도 원금의 95%가량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공모가격 정도는 건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매력으로 꼽힌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상장된 스팩 대부분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온 상황에서 스팩 투자는 '밑져야 본전,잘 되면 이익'인 안전투자처인 셈이다.

머스트투자자문은 지난 13일 현대드림투게더스팩 주식을 12.75%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5일엔 미래에셋제1호스팩 주식 5.35%를 소유해 지분이 5%를 넘었다고 공시했다. 앞서 6월엔 케이비글로벌스타게임앤앱스스팩 지분 13.06%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날 우리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 지분율이 5.28%로 5%를 넘었다고 공시했다.

기관들이 스팩주를 사는 것은 스팩이 안전투자처라는 인식 때문이다. 스팩은 규정상 공모금액의 90%를 외부신탁기관에 예치해둬야 한다. 상장 후 3년이 지나도록 합병을 하지 못하면 해산해야 하는데 이때 4% 중반의 금리를 얹어줘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95%가량의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도 강력한 옵션이다.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전에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한 주주는 주총 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 매수청구를 할 수 있다. 매수청구 가격은 스팩 정관으로 규정하지만 거래소가 공모가 이상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나그린스팩의 매수청구 가격은 공모가와 동일한 4000원,신한제1호스팩은 공모가(5000원)보다 높은 5034원이다. IBKS스마트SME스팩은 최근 899원에서 공모가인 1000원으로 높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