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신용카드업계가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으로 낮추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가맹점,연간 최대 200만원 이익

연매출 2억 가맹점 최대 200만원 혜택
중소 가맹점 수수료가 0.3~0.4%포인트 내려 대형마트 수준인 1.6~1.8% 수준으로 떨어지면 연 매출이 1억2000만원인 가맹점은 연간 48만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한 달에 4만원 상당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카드업계가 중소 가맹점 대상 기준을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 수수료율이 현행 2.6%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떨어져 200만원까지 추가 이익을 낼 수 있다. 중소 가맹점은 현재 전체 가맹점의 58%(120만개) 수준이지만 대상이 연 매출 2억원으로 확대되면 전체의 70%인 144만개로 늘어난다.

18일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는 음식업중앙회는 카드업계의 방안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반음식업종 카드 수수료율을 1.5%로 인하토록 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의중 반영된 듯

당초 카드회사들은 현재 2.0~2.15%인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0.2%포인트가량 내려 1% 후반대로 맞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맹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추가 인하를 단행하게 됐다. 중소 가맹점의 범위도 연 매출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카드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추가인하를 요구해왔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을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수수료 인하는 신한카드의 경우 시스템 변경 작업을 거쳐 이르면 12월 초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음식점만 내리기는 불가

금융당국은 그러나 요식업 등 업종별 수수료는 건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을 조정하지 않고 업종에 따라 차등이 있다면 주유소 골프장 등 업종별로 터져나오는 불만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도 업종별 수수료율의 차등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요식업의 경우 연 매출에 따라 수수료 인하 여부가 결정돼 대형 음식점은 적용 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그러나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만으로도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를 내리면 신용판매에 따른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매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종서/류시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