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무자격 조종사가 여객기를 몰다 김해공항에서 대형 사고를 일으킬 뻔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인 신혼부부 등 160여명을 태우고 베트남 호치민시를 출발한 베트남항공 A320 여객기가 김해공항에 착륙 도중 갑자기 양쪽으로 기체가 45도 가량 기울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활주로를 놓친 후 무리하게 재착륙을 시도하다가 대형 참사를 빚을 뻔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여객기 조종사는 지난해 10월 베트남항공에 에어버스 A320 기종 부기장으로 입사한 한국인 김모씨(36).김 씨는 입사 당시 비행 이력서에 다른 동남아 항공사에서 A320 기종으로 680시간을 비행했다고 제출했다.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베트남항공의 재조사 결과 김 씨는 이전에 A320 기종을 한 시간도 조종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항공사 직인과 서명을 위조해 가짜 비행 이력서를 만든 것이다.

무자격 조종사에 속은 베트남항공은 베트남항공법에 따라 김 씨를 사법처리할 방침이지만 현재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김 씨는 지난달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이미 베트남을 출국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항공사의 이력서를 위조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항공법으로는 김 씨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국내 항공사들 대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