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약세가 더 큰 문제다. "

일본과 스위스 경제가 유로화 약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달러 약세에 이은 이중고다. 양국 산업계에서는 달러보다 유로화 약세를 막는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달러 약세는 생산거점 이전과 수입 원재료 가격 하락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유로화 약세는 이런 대응책마저 없다는 하소연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달러 약세보다 유로화 약세가 일본 제조업 매출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일본은행이 달러 매수에 집중된 시장개입 방향을 유로화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엔화 가치가 유로당 100엔으로 5% 상승하면 일본 제조업 전체적으로 1500억엔(2조25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한다. 반면 달러당 77엔대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엔화 가치가 75엔대로 상승할 경우엔 오히려 300억엔(4500억원)가량의 이익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등 수출 주력 업종은 이익 감소로 고전하지만 철강과 화학 석유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소재산업은 원가절감 효과를 누리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환차손을 줄일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우회 수출을 할 만한 생산거점도 빈약하고 유로화로 들여오는 수입품도 달러 물량에 비해 훨씬 적다.

일본 정부도 전통적으로 유로화 개입에는 소극적이다.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달러 매수 개입 규모는 23조엔에 달했지만 유로화 매입은 1조엔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4년부터는 8년째 개입 시도 자체가 없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국 통화 강세로 고민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는 유로화 매수 개입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9월 말 기준 스위스 외환보유액은 2838억스위스프랑(360조원)이다. 유로화 매수로 인해 두 달 만에 50%가량 불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