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최진민 회장 전격 퇴진…왜
'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유명한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회장(70)이 회장직에서 전격 사임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은 김태성 전 삼천리제약 사장(67)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김 신임 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그룹에 입사,제일제당 이사,뉴욕지사장을 거쳤으며 1994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삼천리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업계는 김 회장의 취임보다는 최 전 회장의 갑작스런 2선 퇴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 측은 "최 전 회장은 창업주로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중국,터키 외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는 방안 등 글로벌 사업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그룹 경영은 김 회장에게 맡기고 최 전 회장은 해외사업에만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이 2003년에도 2선으로 물러났다가 2009년 다시 복귀한 전례가 있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최 전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후 냉방기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동국 전 회장에게 그룹경영 일체를 맡겼던 적이 있었다.

회사 안팎에선 최 전 회장의 퇴진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직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가 주민투표법 위반 혐의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SBS 2대 주주이며 대구방송(TBC) 1대 주주인 최 전 회장은 언론사 대주주가 선거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지난 6일에는 TBC 회장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귀뚜라미그룹 측은 "회장직 사임은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창업자의 순수한 의지에서 비롯됐으며 서울시 무상급식 선거와 관련한 조치가 아니다"며 "다시 일선에 복귀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너경영인은 언제든지 2선으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진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