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 활성화가 지속성장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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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위기 정부한계 드러내
금융·재정정책은 일시적 효과뿐…'분배' 복지보다 고용서 풀어야
강석훈 <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
금융·재정정책은 일시적 효과뿐…'분배' 복지보다 고용서 풀어야
강석훈 <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
20세기 후반 세계경제를 호령하던 서구 선진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20세기형 자본주의가 새로운 21세기형 자본주의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21세기형 자본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 않지만,적어도 진화된 자본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자본주의도 세계적인 흐름과 완전히 다를 수는 없다. 지금의 서구 선진국이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들을 분석하고 우리도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학자로서 서구 경제권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보면서 경제성장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표준적인 경제교과서에 나오는 초보적 성장이론에 의하면 경제성장은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동원해 돈을 많이 풀거나 적게 푸는 방식의 금융정책으로 경제가 지속 성장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거나 아니면 국민들에게 빌린 돈으로 정부 소비를 많이 하느냐 또는 적게 하느냐 하는 방식의 재정정책으로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은 단기간에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요인으로 작용하지는 못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물적 · 인적 자본이 축적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이번 경제위기 상황은 경제성장에 있어서 정부 역할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우 이는 일시적인 경기상승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재정의 팽창으로 인해 정부부문이 부실해지고 이로 인해 정부부문 자체가 경제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경제혼란이 주는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민간의 창의와 경쟁을 바탕으로 한 기술개발과 자본축적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자본주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분배악화이다. 이제까지의 경제성장은 고용이라는 채널을 통해 일반인에게 혜택이 배분됐다. 그러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에건 고용을 통한 성장효과 배분 메커니즘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기술 고학력자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고,다른 한편으론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선진국은 대부분 실업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히 서유럽에서는 실업보험,연금 등의 사회복지제도를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경직적인 사회복지제도는 결국 재정의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진화된 자본주의는 성장의 사후적인 배분 기제로서,사회복지제도보다는 성장과정에서의 쌍방향 유인 메커니즘으로서의 고용 역할을 중시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새로운 자본주의 모습 전체를 그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의 논의로 볼 때 결국 진화된 자본주의는 한편으로는 시장의 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의 힘으로 분배를 개선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다. 한국자본주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