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신용 전망을 긍정적,철강과 하이테크 산업은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 은행들의 단기외채 상환 능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위기가 발생해도 신용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권재민 S&P 아 · 태지역 기업 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한국 신용등급 전망' 세미나에서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시장 점유율 증대로 신용평가가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철강산업의 신용 전망은 글로벌 수요의 침체 가능성이 있는 데다 원료 가격의 구조적 상승으로 인해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이테크 산업의 신용 전망 역시 수요 약세가 계속되고 경쟁 심화로 판매 가격이 떨어져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권 전무는 "한국 기업의 신용평가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유동성 관리문제,규제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유 · 화학,통신,공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4.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테시 마헤시와리 S&P 금융기관 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은행들의 외화 부채를 분석한 결과 단기외채 상환능력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금융감독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스템적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한국 은행들의 단기부채 상환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해도 한국 은행들이 신용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킴엥 탄 S&P 정부 및 공공기관 신용평가 담당 상무는 "한국이 상황에 따라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바뀔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외환보유액은 균형 잡힌 수준이라고 본다"며 "한국의 대외자금 의존도는 2년 전에 비해 상당 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감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부정적"이라며 통일 시 한국 신용등급은 1~3단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통일이 된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올해 2만2000달러에서 1만2000달러 수준으로 반토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봤을 때 통일 한반도의 장기 신용등급은 현재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A-와 BBB+ 사이에서 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은정/김석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