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후에도 한국소비자는 시큰둥?…美자동차업계 '기대 반 걱정 반'
"미국인이 현대 · 기아자동차를 타는 것처럼 한국인이 포드자동차를 타는 것을 보고 싶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과 디트로이트의 GM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자동차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렇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크리스틴 양 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떨어져도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 회사가 FTA로 얻는 이익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JD파워의 제프 슈스터 자동차부문 책임자도 "한국인들의 국산차에 대한 충성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의 신규 등록 점유율은 2003년 16.28%에서 지난해 8.23%까지 절반으로 떨어졌다. 올해 9월까지 점유율은 7.45%로 여전히 약세다. 포드는 지난달 3000만원대 초반에 '올뉴 포커스'를 출시했지만 한 달 동안 19대를 파는 데 그쳤고 크라이슬러의 300c 2.7과 300c 3.0 디젤 모델은 두 달 연속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자동차업계는 낮은 연비와 투박한 디자인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차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특화돼 있어 중소형 승용차 위주의 국내 시장에서 내세울 만한 모델이 없다"며 "고유가 시대에 미국 차는 디젤보다 가솔린 위주의 배기량이 높은 모델이 많고 가격에 비해 연비,디자인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유럽, 일본 차나 국산차에 비해 인기를 못 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자동차업계는 성능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국에 52대의 한국 차가 들어올 때, 미국은 겨우 한 대의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한다"는 반(反) FTA 광고를 실었던 포드는 연비가 개선된 하이브리드 2개 모델을 출시하고 2014년까지 링컨 브랜드의 디자인을 개선한 신모델 7개를 내놓기로 했다. 크라이슬러는 2014년까지 평균 연비를 25% 향상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난 8월 국내 출시한 그랜드체로키 디젤 모델 등을 필두로 연료 효율이 좋은 디젤 라인업을 확대하고 내년에 '피아트500' 등 중소형 차량을 들여오기로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