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계획을 백지화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우선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어디로 갈 것이냐가 문제다. 현재로선 김윤옥 여사와 공동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논현동 자택으로 가는 게 가장 유력하다.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가 논란이 된 만큼 앞으로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여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17일 청와대 오찬 후 이 대통령에게 퇴임 후 논현동 집으로 돌아갈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논현동 집 주변 땅값이 워낙 비싸 경호시설을 확보하기 곤란하다는 게 난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논현동보다 땅값이 싼 내곡동 부지를 매입한 것이었다. 논현동으로 갈 것을 건의한 청와대 참모 일각에선 굳이 경호훈련 시설을 사저 옆에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갑자기 훈련시설을 사저 옆에 두도록 규정을 개정한 이유나 배경이 석연치 않은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선 아예 고향인 포항 등 지방에 퇴임 후 사저를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저용으로 산 내곡동 부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청와대는 이를 매각하는 방법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홍 대표 등 여당에선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명의의 땅을 정부가 매입해 경호용 부지와 함께 모두 국유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경우 전직 대통령 사저 경호시설 용도로 정해진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일반에 공개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엔 가격이 문제가 된다. 매입 가격보다 비싸게 팔면 차익을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싸게 팔면 헐값 매각으로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내곡동 땅은 대통령 사저 부지로 부각되면서 시세가 많이 오른 상태다. 때문에 사저용 부지로 매입했던 땅을 일반에 매각한다면 남은 차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매매 차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깔끔하게 이 문제가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