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1.6~1.8%로 일제히 인하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아온 신용카드회사들이 일제히 '백기'를 들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카드사들에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내리라고 권고한 지 5일 만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재 2~2.15%에서 대형마트 수준인 1.6~1.8%까지 내리고 중소 가맹점 기준도 연 매출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 가맹점과 정치권은 수수료를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카드사,수수료 인하 일제히 발표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2.08%인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해 안에 대형마트 수준인 1.7% 안팎까지 낮추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중소 가맹점 기준도 연 매출 2억원 이하로 확대해 전체 가맹점 263만곳의 87%인 229만곳이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고 17일 말했다.

신한카드가 수수료 인하를 발표하자 KB 삼성 현대 롯데 하나SK 비씨 등 전업계 카드사 모두 비슷한 내용의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다. 11개 은행계 카드사를 회원사로 둔 비씨카드는 체크카드 사용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대상 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종전 1.5%에서 1.0%로 내린다.

◆카드 수수료 구조 어떻길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1.6~1.8%로 일제히 인하
카드회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하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 수입으로는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결제 건당 160~180원의 고정비가 발생한다. 카드결제단말기를 운영하는 부가가치망(VAN) 사업자에 90~100원을 주고 카드전표 발행과 처리 비용이 60원 안팎이다. 전표용지값도 10원이다. 9000원 이상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손해가 난다는 얘기다.

100만원짜리 결제가 이뤄지면 2만원 정도 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렇게 번 돈을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마케팅비용으로 쓴다. 카드수수료 수입은 올해 상반기 4조원이었으나 실제 투입된 비용을 제외한 사업소득은 수입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가 각종 영업비용이나 관리비를 신용판매 부문에 과도하게 떠넘기기 때문에 이익이 적게 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에 대해 인력과 마케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카드대출 부문에 영업비를 더 많이 쓴 것처럼 처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음식점 업계는 "1.5%까지 내려라"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방안에 한국음식점중앙회는 '꼼수'라며 반발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마치 큰 혜택을 주는 듯 발표했지만 연 매출 2억원이라 해도 중소기업 초봉 수준인 월 150만원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는 영세 식당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일반음식업종 수수료율을 골프장 주유소처럼 1.5%로 내려야 한다"고 이날 거듭 주장했다.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식당 주인들이 벌이는 '범외식인 결의대회'는 카드업계에 대한 성토장이 될 전망이다. 이 행사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전세버스 1700여대가 동원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서울 8만5000명,지방 1만5000명 등 10만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7만명 안팎이 참가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여당도 수수료 추가 인하를 약속하고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카드 수수료율을 1.5%로 전부 내릴 수 있도록 이번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도 '자영업자 · 소상공인 지원센터(가칭)'를 설치,카드 수수료 인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종서/김일규/임현우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