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고민에 빠졌다. 전북 군산시의회가 지난 주말 현대중공업에 정규직 채용 확대 등 동반성장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면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7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해 한때 포기 얘기까지 나왔던 군산조선소에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해온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의회가 기업 경영까지 참견하고 나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대중공업이 속을 끓이고 있는 사정은 이렇다. 군산시의회는 지난 14일 임시 본회의를 열어 "시가 현대중공업 유치를 위해 각종 행정지원은 물론 세제혜택,고용보조금 등을 지원했지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50여개 협력사와 1만1000여명의 신규 고용 등 총 3만5000여명의 인구 유입을 전망했지만,그렇지 않았다"며 "조선소가 들어선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군산지역에서 채용한 정규직 직원은 48명에 그쳤다"는 비난도 곁들였다.

건의문을 작성한 서동완 군산시의회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현대중공업에 지원하는 등 많은 혜택을 줬는데,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규직을 늘리지 않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인근 지역 출신 정규직 비율도 10% 수준으로,현대중공업의 다른 사업장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군산시의회가 이례적으로 지역 대표 기업의 고용 효과와 지역사회 공헌도를 문제 삼고 나선 데에는 군산 지역 인구 감소와 얽힌 속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40개월 연속 증가해온 인구가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어서다. 인근에 있는 익산시가 국회의원 선거구를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입 정책을 시행,군산시 인구가 줄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조선소 투자는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5월 군산조선소 건설에 들어갔다. 군산에서만 연간 20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해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서해안 선박 건조시대'를 꿈꾸던 장밋빛 청사진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같은해 9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선박 발주가 하루아침에 뚝 끊겼다. 이미 수주한 선박마저 계약 취소와 인도 연기 요청에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완공 시점을 6개월 이상 미루며 투자를 이어갔다. 군산조선소에 1조2000억원,풍력발전기 제조공장에 1000억원 등 총 1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작년 초 완공 이후엔 수주 감소에도 불구하고 군산조선소에 한 해 십수척의 대형 선박 건조를 맡겼다. 일감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올해 역시 사정은 썩 좋지 않다. 연간 20척 이상의 배를 만들 수 있는 군산조선소는 올해 12척의 배만 만들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용을 꾸준히 늘려왔다고 주장한다. 군산조선소 정규직 직원은 517명.회사 관계자는 "정규직 직원 중 군산지역 현지 채용인원은 시의회 주장과 달리 149명"이라며 "올해 40명을 추가 채용하면 현지 채용 정규직은 189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내협력 업체 24개사와 사외협력 회사 직원 등을 합치면 총 5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유지하고 있다"며 "군산조선소는 지난해 시에 62억원의 세금을 납부했으며 전북 수출액의 10%가량인 10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출했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시의회까지 기업 경영에 간섭하게 되면 나중엔 동사무소도 기업 경영활동에 참견하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