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매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교과서에는 대가와 무관하게 후보를 사퇴했다해도 (후보매수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17일 곽 교육감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사건의 첫 공판 심리를 맡은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교과서와 다르게 해석하는 말들을 한다”며 재판부가 조사한 교과서 내용들을 소개했다.재판부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했던 한원도씨가 쓴 ‘축조해설 :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에서는 “사퇴한 동기가 이익의 제공과 무관해도 그 후에 후보의 사퇴에 대한 대가 목적으로 이익의 제공이 행해지면 이 죄(공직선거법 상 후보매수죄)가 성립한다”고 돼 있다.또 황정근 변호사가 쓴 ‘선거부정방지법’에서는 “(공직선거법 232조)1항2호의 경우 이익의 제공과 무관하게 입후보를 사퇴하고 그 후에 이에 대한 이익이 제공되면 본죄가 성립한다”고 적시돼 있다.재판부는 일본 사례도 소개했다.일본인 저자가 쓴 ‘축조해설 공직선거법’에서는 “사퇴의 동기가 이익의 동기와 무관해도 입후보 단념의 보수로 공여를 하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적혀 있었다.김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가 이렇게 해석한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주문했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우리는) 사전약속이 있어야 2호로 간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변호인은 “공직선거법에서는 약속한 시점이 언제냐에 대한 해석이 없다”며 “선거법에서는 후보 사퇴의 대가를 문제삼는데 약속 자체가 전혀 없고 다 끝난 후 몇개월 뒤 사퇴한 거 고맙다고 돈주면 2호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5월19일 진정한 합의 전제하에 11월 되서 후보사퇴 고맙다,뭔가 해야하지 않겠냐고 실무진 사이에 한 것을 알았다면 다른 문제지만 아니면 2호의 대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또 검사에 “피고인도 사전합의 당사자냐는 것이 기소의 구성요건으로 적었냐”고 물었고,검사는 “구성요건은 아니다”고 밝혔다.김형두 부장판사는 “변호인은 ‘투표가 끝났는데 무슨 대가냐’는 것이고 검사는 사전약속이 있었고 없었어도 대가라는 것”이라며 “사전합의가 있었는지는 양형자료랑 구성요건도 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김 부장판사는 다만 “사전약속과 대가성은 꼭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