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등록금ㆍ생활비 주고 졸업 후 바로 스카우트…취업 100% 보장 '계약학과' 뜬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8월 한양대 나노반도체공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15명을 전원 채용했다. 같은 시기 고려대 나노반도체공학과를 졸업한 10명도 모두 하이닉스에 입사했다. 하이닉스가 각 대학에 개설한 계약학과인 나노반도체공학과를 다니는 학생들은 2년간 30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과 월 50만원가량의 학비 보조금까지 받는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대학과 기업의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8년 5개대 7개 학과로 시작한 국내 계약학과는 올해 21개대 34개 학과로 급증했다. 학생 수도 457명에서 931명으로 늘었다.

등록금 · 취업문제 동시 해결

기업이 등록금ㆍ생활비 주고 졸업 후 바로 스카우트…취업 100% 보장 '계약학과' 뜬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기업 또는 단체가 교육비를 대는 대신 채용을 보장하고,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이다. 기업체 전 · 현직 임직원들이 주로 교수로 활동하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대학이 연구 · 개발(R&D)하는 과제 사이의 갭(간격)을 메우는 역할도 한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지난해 18개 학과 596명에서 올해 34개 학과 931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졸 신입 직원들에 대한 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고,대학은 취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올해 수시 입시에서 신설 학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11.6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역시 국방부와 함께 개설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입학생에게는 4년 전액 장학금과 장교 임관이 보장된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지역 거점대학들에 신입생 유치와 특성화 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로 꼽힌다. 경북대 인재양성센터는 올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모바일공학과를 개설,18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삼성전자 임직원이 강사로 나서며 장 · 단기 인턴십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영남대는 화학공학 · 신소재공학 · 기계공학 · 첨단기계전공 · 물리학과 등 4개 학과의 전공을 융합한 그린에너지 연합전공을 개설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가 참여했다.

◆기업은 맞춤형 인재 입도선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기업 입장에서도 신입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재교육 비용 부담이 없는 맞춤형 인재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신입 직원 재교육 비용은 평균 6000만원에 달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계약학과 학생들은 기업이 요청한 연구과제들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입사 후 근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우수 인력의 이공계 기피현상 탓에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기업들이 계약학과 개설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역 거점 기업들도 이런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광주에 있는 친환경차 개발업체 지엔디윈텍은 조선대와 전기자동차 전문설계 과정을 개설했다. 지난해 졸업생 6명이 이 회사에 취업했다. 앞으로 매년 5명 이상 취업을 보장하기로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