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保守, 병상에서 깨어나야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이 사회가 그냥 혼란스러워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잃을 것이 없다. 늘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 탓이 아닌 사회 탓을 한다. 물론 그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시기에도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남 탓을 잘 하지 않는다. 반면에 이 사회를 무너져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남의 탓으로 보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세력이 어느 순간 집단적으로 활성화될 때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도 암 세포는 있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건강한 체력 때문에 평소에는 활성화되지 않을 뿐이다. 몸이 허약해지거나 사업에 실패를 하는 등 외부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하면 이들 암세포는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숙주를 파괴하고 결국 자기들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질서가 파괴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다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을 아무리 잡아 가두고 억압을 한다 한들 만약 사회 전반적으로 이들에게 동조할 집단적 불만이 확산된다면 이들의 활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보수 세력들이 이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종북(從北)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느니 하는 광고나 시위를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이는 마치 암세포만 파괴하면 건강해 질 것이라는 믿음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강력하게 그들과 대치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암세포를 잡으려다 건강한 세포까지 훼손하는 바람에 죽어가는 환자가 있듯이,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들 세력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할 만큼 건강한 사회인가 하는 점에 있다.

'안철수 신드롬'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병들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 메시지를 받고도 국부적인 치료만 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보수층이 있다면 그들은 스스로의 기득권을 너무나 강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일 게다. 그것은 건강을 자만하고 안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건강한 토양에서 활동이 억제된 것일 뿐이다.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해 온갖 지도층 비리 등은 빚으로 연명하는 국민들에게는 그 사실보다 훨씬 더 증폭된 불만으로 가슴에 꽂힌다. 성적 때문에 허덕이는 학생이 많아질 때,일자리가 없어서 사회를 비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병들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파괴돼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보수진영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이 힘들어 하는 이 상황을 도외시하면,그것은 그들 세력이 활성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더욱이 세상은 지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스마트 세상'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오열하는 전 세계인의 애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보수가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하지 않고 사회안전망을 만드는데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아마도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질지 모른다. 하루빨리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그들의 삶을 보듬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며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재벌이 먼저 나서서 재래시장을 보호하고,구멍가게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중소기업이 살아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들이 절망하면 할수록 사회 파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일부 탐욕으로 얼룩진 사람들은 새로운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는 아직도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