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다운 재킷,황제오리로 만든 재킷,전기로 열을 내는 부츠 · 장갑,산악인 박영석 씨가 안나푸르나 등정 때 입은 전문가용 등산복.' 아웃도어 · 스포츠 업체들이 초고가 '명품 라인'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가 누구나 입는 흔한 '일상복'이 되자,일부 부유층과 아웃도어 마니아 등을 중심으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코리아는 지난 주말부터 한 벌에 100만원이 넘는 '미즈사와 덕 다운 재킷'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조종사복,방화복 등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의류만 생산하는 일본 이와테현 미즈사와 공장에서 100여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하루 생산량은 30벌에 불과하다.

최고급 프랑스산(産) 오리털을 넣은 데다 옷감 스스로 열을 내는 '히트나비'를 안감에 적용한 덕분에 일반 다운 재킷을 입을 때보다 체감온도가 5도 이상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과 바늘로 꿰매는 대신 고온 압착방식으로 제작해 다운 재킷으로는 드물게 '100% 방수'가 된다. 덕분에 스키를 탈 때 입어도 된다. 권유나 데상트코리아 마케팅 담당 과장은 "89만~119만원으로 일반 데상트 제품보다 3~4배 비싼데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명품 열풍이 스포츠 · 아웃도어 업계에도 불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몽벨은 '다운의 제왕'으로 불리는 '아이더 다운'을 다음달부터 판매한다. 아이더 다운은 극지방인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 서식하는 '아이더 오리'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둥지에 뽑아놓은 솜털로 만든 재킷이다. 혹독한 추위로부터 알을 보호해주는 털인 만큼 보온력이나 솜털 간 응집력 측면에서 거위털과 오리털을 통틀어 '넘버1'이란 게 몽벨 측의 설명이다. 가격은 150만원에 달한다.

몽벨 관계자는 "아이더 덕은 보온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연간 2000㎏ 이상 채취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된 탓에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는 지난해 60만원짜리 부츠를 선보인 데 이어 올 시즌에는 46만원짜리 장갑과 100만원짜리 재킷을 추가로 내놓았다. 전기장치로 열을 내는 '옴니히트 일렉트릭' 라인이 주인공이다. 이 라인의 특징은 '전기난로'처럼 버튼만 누르면 제품에 장착된 전열장치가 가동되면서 단번에 따뜻한 기운이 제품 곳곳으로 퍼진다는 것이다. USB포트가 달린 배터리를 제품에서 빼낸 뒤 PC 등에 연결해 2시간 충전하면 45도로 4시간 동안 열을 낼 수 있다.

코오롱스포츠도 전기장치로 열을 내는 점퍼인 '라이프텍 재킷'(130만원대)의 2011년 버전을 선보였다. 이 제품 역시 한번 충전으로 4시간 동안 35~40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노스페이스는 산악인 박영석 씨가 지난 9월 안나푸르나 남서벽에 두 번째 '코리안 루트'를 개척할 때 입은 '전문가 라인'을 올 시즌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대표 상품인 '뮤어 재킷'(135만원)은 완벽한 방수기능을 자랑하는 고어텍스 소재로 겉을 만들고,최상급 구스 다운으로 속을 채웠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